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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블랙스톤 제주

hm 2020. 7. 4. 20:40

자꾸 언급하지만 최근 들어서 "평생에 언젠가는" 식으로 꿈꿔왔던 골프장에 방문할 일이 종종 생기는데 얼마전에 블랙스톤 이천을 다녀온 것에 이어서 제주도의 블랙스톤도 기회가 되었다. 토요일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회의를 빙자하여 오전 일찍 내려가기로 했는데 골프장을 알아보려니 여기가 가능해졌다. 주지하다시피 여기는 Brian Costello 설계인,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인데 퍼블릭 부킹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좋은 세상이다. 제주공항에 내리니까 바람이 좀 불지만 나쁘지 않은 날씨다. 사실 제주도에서 날씨가 좋았던 날이 손에 꼽는데 그야말로 복불복이라 일기예보고 뭐고 무조건 그날 그 시각에 가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공치기에 나쁜 상황은 아니어서 남/북/동 코스인 27홀 블랙스톤에서 우리는 남/동 코스를 돈다. 오전에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27홀을 다 돌아볼텐데 오후에 비바람 예보가 있는 7월 초순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하는 법인데 우리가 제주도에까지 가서 골프를 친다면 서울 근교의 산악지대와는 다른 코스를 예상하는 것이다. 뭐랄까 이국적이면서도 우와~ 감탄사가 흘러나오길 기대하는데 오라중문 cc는 (좋은 코스이기는 해도) 그런 면이 좀 부족했다. 블랙스톤에서는 시작부터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코어는 또다른 얘기겠다. 한편 걱정했던 블랙스톤 이천에서도 그럭저럭 공이 맞아주었으니 제주도라고 해도 바람만 아니라면 무리없이 즐거울 것 같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코스를 내려다보면 역시 푸른 잔디의 관리상태가 좋아보이는데 오랜 폭염과 가뭄으로 상태가 영 아닌 골프장들을 최근에 다녀봤기 때문에 그저 행복하다. 요즘에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샷이 드라이버라 (불과 몇달 전에만 해도 티샷 오비에 쓰리온이나 포온으로 보기하는 것이 내 스타일이었는데) 골프가 한층 더 재미있어졌다. 티박스에서 얼추 페어웨이 끝자락까지라도 가야 다음 샷으로 그린을 노릴지 레이업하기 적당한 위치를 찾아볼지 고민할텐데 티샷이 망가져서 페널티샷을 하자면 이미 골프가 아니라 연습장이다. 나같은 아마추어에게는 드라이버가 우선은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코스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은 첫번째와 그늘집에서밖에 남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이렇게나마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 외에는 그저 친 샷에 대한 후회와 다음 샷의 생각 뿐이다. 80타를 치고 다음 날에는 백돌이가 되는데 스코어가 골프장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바람을 걱정했으나 오히려 바람 한 점이 없는 찜통더위다. 남코스는 첫 홀부터 페어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막상 가보면 넓직한데 괜히 주눅이 들고, 그린을 노려볼라면 벙커가 그린의 2/3 정도를 가로막고 있다. 스코어는 보기 정도면 잘하는 거로구나 마음먹고 그린을 향해 걸으면 온 사방이 다 포토존이다. 이런 장관은 남코스 6번에서 절정에 이르는데 얼마전 아덴힐에서 감동했던, 저멀리 오름을 배경으로 숲 사이로 초록의 페어웨이가 보이는 광경으로 거기서는 시그너처 홀이었지만 여기 블랙스톤에서는 매 홀마다 사람을 놀래킨다. 아름답고 신기한 광경이지만 쓸데없이 도그렉과 벙커를 만들어놓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후반 동코스로 접어드니 시작부터 파 5인데 여기서는 엄청 넓직한 페어웨이가 펼쳐져서 그립에 힘이 좀 들어간다. 오잘공에 라이도 좋아서 오랜만에 우드를 꺼내들었는데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삽질을 거듭한 끝에 트리플. 레이업으로 쓰리온도 했겠지만 그래도 두번의 우드샷이 잘 맞았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동코스에서는 좌측의 호수와 갈대밭이 장관인 3번 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여기서도 투온에 포펏이었지만 역시 좋은 공략이었다. 9번도 비슷하게 우측에는 호수, 좌측에는 벙커가 무시무시한데 벙커보다는 해저드가 낫겠다 싶어 공략해서 투온에 투펏이니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18홀을 모두 마치고 협재 바닷가의 더 꽃돈에서 저녁을 먹자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공이야 어떻게 맞았건간에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운동을 몇시간동안이나 같이 했으니 즐거운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대충은 남들 수준으로 쳐야 재미도 있는 법인데 위에다가 티샷의 중요성에 대해 적었지만 보기플레이어를 벗어나 약간은 더 진지하게 골프를 치자면 다음 단계는 페어웨이 샷이다. 테일러메이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마추어들이 가장 스코어를 까먹는 부분이 GIR이라고 하는데 핸디캡 15-27 정도의 골퍼는 150 야드 거리에서 온그린의 확률이 1/18 정도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정도 수준인 것이 공이 정타로 잘 맞아서 날아가면 그린 근처까지는 가니까 큰 불만은 아니다. 방향의 정확도는 아직은 내 수준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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