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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양지파인

hm 2020. 7. 2. 06:54

용인의 양지파인 리조트는 (막상 가서 보니까 이름이 "파인리조트"인데 다들 양지 파인이라고 부름) 스키장만 알았지 27홀 골프장도 딸려있는지는 몇년전에 처음 가보고서야 알았다. 당시 추운 3월 초순이었는데 모 회사의 워크샵 골프행사에 자리가 하나 빈다고 해서 꼽사리낀 라운드였고, 맹추위에 떨었어도 공짜로 쳤었기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었다. 이 골프장은 원래 용인 컨트리클럽이라는 (지금의 용인 cc와는 다름) 이름으로 1970년에 개장했다니 거의 내 나이와 맞먹는데 우리나라 골프 역사에서 선구자격인 안중희 씨가 설계했다고 하며, 골프 좀 친다는 지인들 사이에서는 서울 근교에서 기피대상인 코스라고들 했다. 워낙 회원수가 많은데다가 몇년전까지는 카트없이 걸었던 산악지형 코스라서 그랬을 것 같다 (지금은 여느 국내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카트를 탄다). 보통 이렇게 수십년된 골프장은 나무가 울창하고 산세가 험해서 겨울에는 코스의 참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계절의 여왕인 5월말에 다시 가게 되었으니 이전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두번째 방문이어도 느낌은 여전히 별로다. 시골의 버스터미널같은 입구에는 주차할 공간도 없었고, 클럽하우스는 멀리서 보면 교도소, 가까이서 보면 시골 면사무소같이 생겼다.

아마 최근에 퍼블릭으로 바뀐 모양인데 클럽하우스나 스타트 광장의 번잡함은 전보다 더 심해진 느낌이다. 이날 서코스로 시작하면서 보니까 역시나 엄청나게 올라가고 내려간다. 페어웨이 양측의 숲이 어느새 무성해져서 페어웨이도 좁아보이니까 (그러나 막상 가보면 오비내기도 힘들게 넓직하다) 만만해보이는 골프장은 아니었다. 언덕을 넘기느냐 못하느냐를 따지는 "오빠홀" 서코스 4번도 티박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간해서는 오빠소리 듣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싫어하지만 우리나라 오래된 골프장의 상징인 투그린 시스템은 여기 양지파인은 좀 달랐다. 그저 잔디보호를 위해 똑같은 모양의 그린을 두개 배치한 것이 아니라 두 그린이 거리나 높이 등에서 꽤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쪽에 핀이 꼽히느냐에 따라 공략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게다가 멀리서 보기에는 평평한 그린이 막상 가보면 브레이크가 많아서 재미있게 만들었다. 티박스에는 매트가 깔렸고, 페어웨이에는 잔디가 죽은 지역이 많다. 아쉬운 것이 또 있는데 좀 많이 밀린다. 팀을 많이 받아서도 그렇겠지만 원래 도그렉이 많고, 속칭 개다리홀이라 불리는 남코스 8번처럼 투온 공략이 가능한 파 5 홀들도 있고 해서 그럴 것이다. 욕하는 이도 주변에 많은 골프장이지만 내 경험으로는 (주변에 지산 cc아시아나에 비하면 고급스러움은 한참 떨어지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코스다. 근래 들어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18홀 라운드였는데 (중간에 그늘집에서의 30분을 포함하여 5시간 30분) 그래도 싸게 나오지 않으니 우리나라 골프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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