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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진양밸리

hm 2020. 8. 18. 07:05

충북 음성에 있는 퍼블릭이고, 송호 씨가 디자인했으니 어떻게 생겼을지 뻔하지만 기본은 하겠다 싶은 골프장이다. 예전에 김** 프로에게 레슨받던 시절에 연습장 학생들과 함께 필드레슨을 여기로 가기로 잡아놨다가 막판에 못간 적이 있는데 당시 다녀왔던 다른 분들의 후일담으로는 (쌩초보들의 얘기였지만) 어렵지만 그럭저럭 좋은 코스라고들 했다. 힐/크리크/밸리 코스로 구성된 27홀이고, 이름에서부터 그리고 설계자에서 어떤 코스일지는 감이 왔다. 이번에는 학창시절 친했던 두분 형님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는데 같이 골프를 친 지도 몇년전이라 좀 나아진 실력을 보여드리고픈 자리였다. 일요일 새벽부터 복잡한 고속도로를 달려 (그런데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에서 나갈 수 있게 되어서 많이 단축되었다) 골프장에 도착하고 보니 화창한 날씨에 아름다운 코스라 은근 기대되는 라운드였다.

우리는 크리크 코스로 시작하는데 퍼블릭이 뭐고 회원제가 뭐냐 싶게 아름답고 그린도 빠르다. 사실, 회원제 컨트리클럽이라고 코스가 좋다는 뜻은 아닌데 괜히 퍼블릭이라면 별로일 거라고 넘겨집는 식의 인식이 잘못이긴 하다. "진양" 밸리라는 (어쩐지 촌스러운) 이름에서 점수를 깎아먹고 들어가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해저드와 계곡이 정확한 샷이 아니라면 가혹하게 벌을 주는 타겟골프인데 보기플레이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화이트티 플레이가 재미있을 디자인이다. 장타자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질러가고, 나같으면 쓰리온 공략으로 돌아가는 식이 송호 씨의 설계철학인데 크리크 2번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크리크 코스의 시그너처 홀은 아일랜드 그린인 6번인데 다른 홀들도 울퉁불퉁 페어웨이에 커다란 그린이라는, 최근 우리나라 골프장의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보기에도 좋고 재미있으니까 다들 이렇게 만드는 것이겠다.

후반에는 밸리 코스를 돈다. 쉽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코스인데 골프장 이름에서부터 "밸리"가 들어가니까 산등성을 따라 돌아가게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코스를 떠올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쳐보니 별로 이상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약간 좁은 페어웨이에 도그렉을 감안하면 여전히 아름답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제일 타수를 까먹는, 즉 어려워하는 레이아웃은 내리막 라이에서 세컨샷을 하는 경우였다. 거기에 도그렉 페어웨이라면 최악이다. 티박스에서부터 이 홀에서 고생할 줄 알면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한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오비티/해저드티가 있으니 (비록 공은 사라졌을지언정) 스코어는 그럭저럭이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형님들에게 너는 숏게임이랑 퍼팅만 좀 나아지면 싱글하겠다, 일만 하지 말고 자주 필드에 나가거라 그런 (황당한) 조언을 들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ㅠㅠ

오랜만에 만난 유** 형님은 나이든 티가 확 나는데 오히려 내게 뭘 했길래 그새 이렇게 늙어버렸냐 가슴에 비수를 박는다. 최** 형님은 조만간 서울로 옮기신다니 종종 만나뵐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부모와 자식도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에나 만나는데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보면 이렇게 몇년에 한번씩이나 본다. 술이 땡기거나 (그러나 나는 술을 못한다) 골프가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는, 불쌍한 대한민국의 중년층이다. 골프라도 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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