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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세일

hm 2020. 8. 15. 07:12

싼맛에나 가는 곳이라고 예전에 누가 치를 떨면서 혹평하길래 제껴두었던 충주의 세일 cc를 드디어 간다. 로얄포레의 고속도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자면 만만치 않은 거리인데 (코로나 탓에) 혹서기 할인이 실종되어버린 시국이라 그나마 싼 곳을 찾다보니 여기가 떠올랐다 (8월 초에 평일 그린피가 6만 9천원이지만 3인 플레이를 하자면 만원씩 추가된다고 함). 세일철강이라는 회사가 주인인 (바겐세일의 sale이 아님) 18홀 퍼블릭이며, 김명길 씨가 설계했다고 한다. 오랜 장마로 코스를 몇일간 폐쇄했다가 열었다는데 모처럼 비가 그치긴 했으나 질척거리고 덜 깎인 잔디에서의 라운드다. 산길/들길 코스로 이름이 붙었던데 마운틴/힐 이런 것보다는 정겨운 이름이었고, 우리는 산길 코스부터 시작했으니 이 순서가 1번부터 도는 것이다.

원래 첫 홀에서의 티샷이 가장 긴장되는 법이다. 그 샷에 의해 18홀을 어떻게 플레이할지 정해진다고 보는데 산길 1번이 화이트티에서 거의 400미터에 좌측 도그렉인데 놀랄만큼 장타가 나와버려서 그린까지 120미터가 남게 되었다. 앞핀이라고 웨지를 치면 짧았던 기억이 많아서 차라리 넘겨보자라고 친 세컨샷이 홀컵 옆으로 붙어버리는 바람에 얼떨결에 버디로 시작하는 라운드였다. 그리고 이후에는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치는 공마다 생각한 대로 날아가주었으니 멘탈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로구나 생각했고, 이 골프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세간의 평은, 좀 짧으면서 좁은데다가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들이 많아서 별로라는 식이었지만 나한테는 좋은 코스였다. 이어지는 홀들도 페어웨이의 폭이 좁으면서 중간에 해저드가 있곤 해서 설계자가 의도한 방향과 거리로 치는 것이 중요했다. 티샷이 죽지만 않는다면 그린까지는 비교적 짧은 거리가 남고, 그린 주변에 안전한 지역이 별로 없어서 어프로치의 거리와 방향이 다 맞아야한다. 좀 느리면서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 않았던 그린은 그러나 굴곡이 심하지 않아서 본대로 잘 굴렀다. 그늘집에서 30분 가까이 대기했는데 여기 음식값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이정도라면 굳이 먹을 것을 싸올 이유가 없겠다. 후반인 들길 코스도 이름은 정겹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계단식 디자인이다. 거의 모든 홀에서 나간 공은 해저드 처리라서 스코어도 좋게 나온다. 내 생각에 가장 멋졌던 홀이 우측으로 크게 돌아가는 파 5인 2번인데 페어웨이를 걷다가 옆을 내려다보면 코스 전체와 저멀리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경치가 5번에서도 보였는데 여기는 심한 내리막 파 3 홀이었고, 내 기억으로는 김명길 씨의 코스에는 이런 내리막 숏홀이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으니 아마 그분의 취향이겠거니 했다. 산길을 내려가는 8번과 9번도 어려워보이는 만큼 근사한 뷰를 선사해주었으니 나는 불만이 없었다.

정식으로 레슨을 받지 않고, 유튜브나 tv로 독학하는 것이 골프를 망치는 지름길인 줄은 아는데 맨날 골프치러 나가니까 연습장에 갈 틈이 없다. 취침전에 한 편씩 보는 유튜브 레슨에서 백스윙에서 뒷쪽 어깨를 돌리는 것에 대해 강조하길래 따라서 해보니 거리와 방향이 다 좋아졌다. 하나가 되면 다른 뭔가가 망가지는 것이 스윙임을 알기에 어째 불안감이 있기는 해도 일단 당장은 잘맞으니까 좋다. 세일 cc는 경치좋고, 스코어 잘나오고, 거기다가 싸기까지 했으니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다만 개장한지 몇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수정중인 느낌이어서 살짝 아쉬웠다. 홀마다 그린의 상태가 제각각이었던 것과 페어웨이의 잔디가 달라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골프는 역시 드라이버 뻥뻥 지르는 맛이지 그러는 골퍼에게는 좀 불만일 수도 있을 코스인데 세일 cc의 원래 설계의도나 입지가 타겟골프인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튼 나는 이 골프장이 마음에 들었고, 아주 즐거웠다. 싹싹하고 부지런히 뛰어다닌 캐디도 맘에 들었다. 저번에 로얄포레에 왔다가 저녁으로 짜글이 먹으러 들렀던 식당은 이번에도 일찍 문을 닫았다. 골프장 두군데를 상대하는 위치인데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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