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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쪽, 포천이나 양주, 파주 등에도 좋은 골프장들이 많지만 불과 십년쯤 전에만 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가격이 용인쪽에 비해 쌌다. 길이 좋아진 요즘에는 그린피가 많이 올랐는데 그래도 일동레이크나 베어크리크는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 최고 수준의 명문 골프장이다. 베어크리크는 퍼블릭 코스로야 단연 국내 탑이라고들 하고, 회원제를 포함해서 평가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좋은 코스인데 베어코스와 크리크 코스 각각 18홀씩으로 이루어진 골프장이다. 이중 칭송받는 코스가 크리크 코스이고, 베어코스는 조선잔디가 깔려있어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으나 크리크 코스가 보통은 만원정도 더 비싸다. 베어크리크 36홀은 장정원 씨의 설계로 2003년에 개장했었는데 몇년뒤에 노준택 씨가 크리크 코스만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이미 개장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골프장임에도 꾸준히 개선하려는 노력은 확실히 맘에 든다. 그 결과로 잘 치면 잘 가고 못 치면 못 가는, 소위 샷밸류가 뛰어난 코스가 되었다. 나는 몇년전까지는 여기를 종종 왔었는데 코스콜렉터 생활을 하다보니까 상당히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다. 한여름이라 일요일 새벽의 티타임을 잡았는데 그래도 휴가철이라 끝나고 귀가길이 걱정스러운 날이었다.
이제 막 도착한 코브라 원렝쓰 아이언의 비닐을 벗기고 처음 나가는 라운드였다. 크리크 코스는 1번 홀까지 한참을 가야하기 때문에 막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카트에 탔다. 좋은 날씨에 잔디의 상태는 좋아보였고, 시작하는 1번 내리막 홀에서 바라보는 산세가 공이야 어떻게 맞든 즐거울 하루였다. 그리고 공도 그럭저럭 맞아주었다. 우리나라의 화이트티에서 티샷은 페어웨이 가운데로만 가주면 150미터만 가도 파를 잡기에 무리가 없다. 내 생각에 70대와 80대 타수의 차이는 그린을 노리는 어프로치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그리고 150미터가 남았건 100미터 안쪽으로 남건간에 GIR의 난이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 장만한 아이언은 약간 당겨지는 경향은 있으나 거리나 탄도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서 만족스럽다. 확실히 아이언에 자신이 생기면 굳이 티샷을 힘주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코브라골프의 클럽은 처음으로 써보는 것인데 좀 더 써봐야겠으나 다음번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으려나...ㅠㅠ) 미국에 갈 때에는 드라이버와 우드도 구입할까 생각중이다.
크리크 코스에서는 파 5 홀들이 쉬운 편이다. 내 생각에 좋은 스코어를 내려면 숏홀과 롱홀에서 파를 만들어야한다. 그러자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티샷이 죽지 않는 것과 그린 주변의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들 크리크 코스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파 3와 파 5에서만 파를 하겠다는 식으로 쳤고, 파 4 홀들에서는 보기가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더니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굳이 크리크 코스의 시그너처 홀을 꼽으라면 하늘을 바라보며 어프로치하는 13번이 최고였다. 티샷이 멀리 날아가서 웨지를 잡았는데 저높이 솟아있는 그린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그린을 넘겨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경치가 아니라 공략이 재미있던 홀은 9번이었는데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야트막한 개울이 이어져있어서 (크리크 코스라는 이름의 이유?) 보기보다 페어웨이가 좁다. 나는 하이브리드 두번으로 온그린을 노렸는데 결국 쓰리온을 했지만 돌이켜봐도 잘한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