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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클럽디 속리산

hm 2020. 6. 29. 06:40

또다시 오래전에 가보았으나 영 별로였던 골프장에 오랜만에 다시 방문하여 느낌이 달라진 김에 다시 쓰는 리뷰. 충북 보은에 있는 아리솔 컨트리클럽에 처음 가본 것이 2013년 5월인데 이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된 골프장이다. 당진영덕 고속도로였나 아무튼 새로 길이 뚫리는 바람에 좀 나아졌긴 해도 서울에서는 꽤나 먼 곳이었는데 당시 청주에 개업해있던 형님들이 부르신 바람에 2주 연속으로 방문했었다. 막 개장했을 시기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횡한 코스에 다닥다닥 계단식으로 쌓아놓은 페어웨이는 지금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코스 디자인이어서 어딘가에라도 여기 "가지 마세요" 알리고 싶었고, 그게 이 블로그의 시작이었다. 거의 모든 홀에서 한쪽 절벽은 해저드에 반대쪽 계곡은 오비입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쳤었고, (당시에 내 실력이 별로였긴 하지만) 공도 엄청 잃어버렸었다. 해솔/별솔 코스의 18홀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동/서 코스인 이 골프장은 산자락을 따라 돌아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홀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하도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저희 회장님이 직접..." 설계하셨다고 자랑스러운 대답을 들었었다. 아리솔 cc 당시에는 신라개발이라는, 충북지역에서는 나름 유명한 건설회사 소유였고, 이후 주인이 바뀌었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지금의 이름은 Club D 속리산이다. 바로 인근에 클럽디 보은이라는 골프장도 있는데 거기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경주에 일이 있어서 가는데 중간 정도에서 골프를 한번 치고 내려가기로 했더니 여기만한 입지가 없었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서울에서 두명, 인천에서 한명, 대구에서 한명의 멤버 구성이라 만나기에 적절한 위치다.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 몇년새 내 실력도 꽤 나아졌으니 코스가 달리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가보기로 한 것이다. 장마예보가 있었으나 가랑비만 살짝 내리던 금요일 오전에 서둘러 일을 마치고 출발하니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중간에 기흥 휴게소에서 인천 멤버와 합류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일찍 도착했을 것이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프론트 직원에 일이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한 캐디를 만난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동코스 1번부터 시작한다. 티박스에서 보면 저멀리 속리산이 보이므로 설계에 조금만 신경을 (그리고 돈을) 썼더라면 명문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확실히 기억대로 왼쪽은 절벽에 오른쪽은 낭떠러지였는데 타겟에 티샷이 떨어지면 쉬운 어프로치다. 우측 바위산을 돌아가야하는 2번에서도 티샷을 페어웨이 좌측에 떨구면 저멀리 그린까지는 편안하게 보였다. 1, 2번 연속 버디는 처음인 것 같아서 갑자기 여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장타자인 동반자들이 죽쑤는 모습을 보고있으려니 미안할 지경이다. 공을 찾으러, 저 아래에 떨어진 공을 줏으러 뛰어다니는 캐디를 보면서 애쓰는구나, 끝나면 버디값으로 팁이나 두둑히 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나 핸디귀신은 어쩌지 못하는지 이후에는 나도 공이 몇번 나가버렸는데 후한 멀리건을 주고받으며 명랑골프 모드로 전환. 아무튼 그렇게까지 욕할 수준은 아니었고, 그저 우리나라에 흔한 산악지형 골프장이었다. 혹서기에 잔디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고, 매트가 깔린 티박스와 느려터진 그린은 그냥 수긍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작정 어렵기만한 것이 아니라 신경써서 공략할 홀들이 몇몇 있었다. 전반 동코스에서는 8번을 들 수 있는데 해저드 두개를 건너가야하고, 좌측 도그렉인 롱홀이다. 하이브리드 두번으로 그린 70미터까지 갔는데 웨지샷이 그만 퍼덕거려서 이후 내내 아쉬웠던 홀이다. 후반인 서코스 1번도 역시 심한 좌측 도그렉인데 페어웨이 윗쪽으로 저멀리 능선이 겹쳐보이는 모습이 아름다왔으나 그린 우측으로 쳐진 그물망이 좀 깬다. 8번은 특이하게도 투그린을 해놓았는데 우측은 평평하고 좌측 그린은 언덕 위에다가 만들어놓았다. 어느쪽 그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공략이 달라진다. 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동반자들에게 감상을 물었더니 다들 한껏 즐거운 표정이다. 나는 이번에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산자락에 만든 코스지만 오르막이 적고, 그린 주변이 편안하다. 확실히 한두번 가보고서 평가하는 것에 조심해야할 것이, 코스도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스코어가 좋았고 버디도 몇개 해서가 아니라 이런 식의 타겟골프도 슬슬 재미붙을 시기여서 그럴 것이다. 이런 코스에는 컨디션이 좋을 때 와야지 전날 술먹고 장시간 운전하고 그랬으면 짜증만 내다가 끝날 수도 있다. 푸르른 시절에 오니까 경치도 좋았는데 비는 살짝 젖을 정도였지만 바람이 거세서 코스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리고 말수가 적었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공이 가야할 지점과 가지 말아야할 곳을 제대로 알려준 능력자 캐디도 맘에 들었다. 시종일관 "뽀올~"을 외치고, 저 아래로 굴러내려간 공을 찾아오느라 힘들었을 캐디가 클럽디 속리산의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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