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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양산

hm 2020. 6. 27. 06:10

부산 인근에서 골프를 쳐본 적도 별로 없지만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관해서만큼은) 변화가 더딘 지역이라고 몇번의 경험을 통해 느꼈다. 골프장들이 많아도 대개 비싸고, 여전히 회원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타지역에서 방문한 (당연히 비회원이겠지만) 사람에게는 문턱이 높은 곳이 부산쪽 골프장들이다. 어디를 통해야 부킹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전화를 걸어봐도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오고 (심지어 모 골프장에서는 한 팀 부킹하는데 객단가 몇십만원을 요구하기도... 요즘 세상에!), 가격도 수도권에 맞먹는다. 그나마 양산 cc는 몇해전에 퍼블릭으로 바뀌면서 비회원도 쉽게 부킹이 되었는데 숙소인 해운대에서는 거의 택시로 한시간이 걸리는 동네다. 골프플랜이 설계하였다지만 좁고 긴 코스로 악명이 높았다고 하며, 몇차례 리노베이션을 통해 그럭저럭 칠만한 골프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흔하게 봐왔던 우리나라 산악지형 코스일 것으로 보인다. 가온/누리/마루 코스로 이루어진 27홀이고, 우리는 마루 코스로 시작해서 가온 코스로 돈다. 산꼭대기의 마루 코스가 길기까지 해서 가장 어렵다는 평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두 코스는 편안하다고 한다.

산기슭으로 층층이 쌓은 식인데 비교적 페어웨이가 넓직해서 타겟골프 수준은 아니었다. 그린이 느린 편이긴 한데 벤트그라스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고, 본대로 잘 구르니까 재미있게 친다. 아름다운 경치에 싹싹한 경상도 말투의 캐디, 중간에 먹은 회무침도 맛있었다. 다만 주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해저드티, 오비티가 그린 100미터 정도까지 나가있어서 힘들게 쓰리온이나 해저드 쓰리온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좀 아쉬운 운영이다. 내리막 500미터인 가온 1번은 (파 5인데도) 티샷을 싸인플레이로 진행한다. 전반이 끝나고 거의 한시간이나 쉬는 것도 황당하다.

즐거운 라운드였는데 접대골프가 일상인, 그리고 어쩌다 한번씩 필드에 나오는 이들과 함께하면 골프가 잘 안된다. 티샷이 나가버렸는데 해저드라며 엄청 멀리 친 동반자의 볼보다 한참을 앞에서 치는 써드샷으로 그린에 올리는 것도 미안하고, 세번째 퍼트가 홀을 지나쳐 몇미터나 굴러내려갔어도 오케이를 받는 것도 쑥스럽다. 법면에 살짝 걸친 공을 드롭하세요 그러면서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던져주는 모습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아싸 한타 벌었네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한심하지만 캐디가 실수로 한타라도 잘못 적으면 그때만 룰을 들먹이며 흥분하는 동반자를 보면 내가 이런 사람들과 골프를 치는구나 재미가 사라진다. 뭐, 나와 그들은 골프라는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인데 괜히 기분이 상하는 나같은 쫌생이는 역시 미국에서 혼자 치던 시절이 그립다. 그때는 맨날 백몇십개 스코어를 적었었지만 그게 내 실력이었기에 즐거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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