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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의 산속에 골프장을 만들어서 회원모집을 했던 아트밸리가 지금은 퍼블릭으로 바뀌어서 골프존카운티 진천으로 운영된다. 외진 위치라서 서울에서 가기는 힘들었어도 부킹이 쉽고, 가성비가 좋았으나 올해는 사정이 바뀌어서 이런 외딴 골프장도 간신히 티타임을 얻은 것에 감사하며 가야했으니 코로나가 우리나라 골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여주의 스카이밸리나 충주 로얄포레 등을 설계했던 세림골프의 임충호 씨가 참여한 27홀 코스인데 편안하고 아름다운 코스에서 뜬금없이 어려운 홀들이 한두개 튀어나오는 스타일이라고 나는 느꼈다. 27홀의 코스는 레이크/밸리/마운틴 (예전의 아트 코스가 레이크로 이름을 바꿈) 코스인데 이날 우리는 밸리/레이크의 순서로 돈다. 거의 모든 홀에서 티샷은 해저드를 넘어가야 (그러나 시각적으로나 부담스럽지 거리는 멀지 않았다) 했고, 티박스에서는 위협적으로 보여도 막상 가보면 세컨샷은 편안했다. 승부는 그린에서 갈리는데 평범해보이는 그린은 실제로는 경사가 매우 심해서 처음에는 어라? 이거 뭐지? 할 정도로 어렵다.

보통 처음 가보는 코스로 라운드가 잡히면 어떤 식일까 궁금하니까 블로그를 뒤져보는데 우리나라 골프 블로그는 이미 네이버로 대동단결한 모양이다. 그런데 자주 접해서 눈에 익숙한 블로거들의 후기를 보면 각 홀의 사진과 설명이 자세해서 좋긴 한데 과연 누가 타인이 어떻게 쳐서 파나 보기를 했는지 궁금해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골프중계에 등장하는 프로들의 인터뷰에서도 오늘 라운드가 어땠냐고 (이 막연한 질문도 황당하지만) 물으면 "어, 처음에는 좌측 벙커를 넘겨 페어웨이 우측까지 보내서 그린 앞의 해저드를 피하려 했는데 공이 약간 페이드가 걸려서 내 생각에는..." 어쩌고 장황해지면 나는 채널을 돌려버린다. 아무튼 아트밸리의 초반에는 빤해서 별로다 싶더니 차츰 레이아웃이 재미있고 어렵다는 느낌이 온다. 페어웨이나 그린을 구겨놓지 않아서 공을 치기에는 좋았는데 샷을 어느 위치로 보냈느냐에 따라 다음 공략을 고민하게 되니 이런 식이 좋은 골프코스다. 티박스에서는 나름 어렵게 만들어보겠다고 해저드를 넘어가게 해놨어도 화이트티에서는 문제가 아니다. 요즘에 내 문제는 샷의 비거리인데 대충 파 5 홀에서 쓰리온이 무난하게 되니까 투온 욕심이 난다. 레이업이라고 친 세컨샷이 그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욕심이 생기는 것인데 올해에 남은 숙제다.

이날은 오랜 골프버디인 선후배와 함께였고, 골프 자체에 집중해서 치는 동반자들이라 즐거웠다. 바로 지난 주에는 내기를 좋아하는 이들과 운동하면서 뽑기를 했는데 캐디피 정도를 모으기 위한 내기라면 그것 또한 좋다. 그래도 골프는 예민한 운동이고, 멘탈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동반자의 성향에 따라 스코어가 춤을 춘다. 어차피 보기플레이니까 즐기자 그래도 공이 생각한대로 맞아주지 않으면 5시간의 고역이다. 사실 공이 쩍쩍 맞아준 날이나 난을 치고 고생한 날이나 스코어는 열타 이상의 차이는 나지 않는데 역시 아마추어라 그런지 설겆이로 얻은 스코어는 영 별로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해외에 나갈 때마다 혼자서 치는 골프가 무척 즐겁고 스코어도 좋다. 미국에 살던 당시에 백에다가 주전부리 약간과 물병 하나를 넣고서는 혼자서 코스를 걷던 행복감을 잊지 못해서 그렇고, 다음의 샷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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