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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리앤리

hm 2021. 11. 1. 20:45

가평의 썬힐 바로 옆에 위치한 리앤리 골프클럽에 처음으로 가본 것이 몇년전에 다니던 골프연습장에서 월례회를 한다고 따라갔었고, 이후에 한번인가 갔었는데 두차례 모두 레이크/하이랜드 코스의 순서로 (당시에는 스카이 코스가 만들어지기 전이었음) 돌았었다. 누가 설계했는지를 찾을 길이 없는 골프장인데 이후 스카이 코스라고 새로 증설하여 27홀이 되었고, 이번에는 스카이/레이크의 순서로 부킹했다. 이 골프장은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별로지만 포천 진접쪽 길이 좋아지면서 그나마 가는 시간이 전보다는 줄었다. 서파삼거리에서 가평쪽으로 빠져서는 어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가평베네스트, 좌회전하면 썬힐과 리앤리 등으로 갈린다. 국내 설계자가 산자락에 계단식으로 홀들을 쌓아놓은, 전형적인 코스라 보시면 된다. 18홀이었던 시절의 내 기억으로도 도저히 홀이 추가될 여지가 없게 좁은 부지였는데 27홀 골프장이 되었다니 과연 어떤 식인지 궁금하다. 예전에 갔던 당시에는 그럭저럭 공이 잘 맞았고 즐거웠긴 했는데 단풍이 물들어가는 운악산이 은근 기대되기도 했다.

이날은 저번에 제천까지 가서 골프친 멤버들인데 당시에 무슨 골프를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치냐고 난리를 치던 그들이 (그러나 강남에서 제천의 킹즈락까지는 한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가평에는 별 말이 없다. 골프장 입구에 서있는 LOVE 조형물은 처음에 뉴욕에서 봤을 때는 신선했는데 우리나라 산골에다가 갖다놓으니 좀 낯설게 보인다. 그래도 깔끔한 클럽하우스에서 나오니 단풍과 잔디가 펼쳐져있어서 그냥 기분이 좋았다. 코스는 굳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뭐하게 평범한 우리나라 산악지형이었고, 길지 않으면서 좁고 해저드가 많았다. 어프로치가 부담스러운 홀들이 몇몇 있었어도 그린 주변에는 험한 장애물이 별로 없어서 뻥뻥 질러대지만 않으면 큰 위협은 없다. 물론, 보통 평평하고 넓으면 쉽겠구나 하지만 골프장을 설계하는 이들은 바보가 아니어서 쉬워보여도 파가 어렵게 뭔가 조치를 취하는 법이다. 리앤리는 좁아보이지만 죽지만 않으면 쉽게 파를 잡도록 만들어져있어서 리베라블루원 용인 등의 코스들보다 스코어가 좋게 나온다는 게 내 평가다 (스카이 코스가 나중에 추가되면서 다른 두 코스에 비해 확연하게 어려워져서 욕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산악지형에 올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풀부킹이었을텐데도 별로 손상되지 않은 코스라 맘에 들었다. 이번에 보니 꽤 참신하고 재미있는 홀들이 몇몇 있던데 전반인 스카이 코스는 첫번째 홀부터 경사진 페어웨이에 서서 세컨샷을 저수지 넘어가게 쳐야해서 이래서 어렵다고들 하는구나 했다. 비슷하게 어려웠던 2번을 마치면서 다들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스카이에서는 그린 뒷편의 산세가 근사했던 6번부터 하늘을 올려보며 샷을 하는 7번, 그리고 아일랜드 그린인 8번까지가 근사했다. 후반의 레이크에서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펼쳐지는 4번과 5번이 특히 멋있지만 이날은 모든 홀들이 최고였다. 운악산 단풍이 절정일 시기라서 비싼 그린피가 아깝지 않았는데 누래지는 페어웨이에 대한 아쉬움보다 붉게 타들어가는 산세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다만 미세먼지가 좀 있었는지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잘 찍히지 않았고, 스카이 코스를 추가하면서 라우팅이 변경되었는지 예전 기억과 다른 홀들이 좀 있었다 (그렇다는 것일 뿐 이상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코로나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서 그런지 작년과 올해에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골프장에 많이 다녔다. 원래가 집과 직장밖에 모르고 사는 사람이지만 골프를 알게되면서부터는 한나절이라도 시간이 나면 무조건 골프치러 나가는 생활을 한다. 코로나 전에는 종종 해외에 나가서 하루 36홀씩 치다오고 했었으니 라운드 횟수로만 보면 예년보다 적긴 한데 국내에서 치다보니 돈도 많이 썼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지 요즘 골프장은 어디나 풀부킹에 가격도 미쳤다싶게 비싸져서 경제적으로도 살짝 부담스러워졌다. 내년에도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걱정인데, 코로나 이전의 이맘때 골프비용을 떠올리면 이제 공은 그만 쳐야지 싶은데, 골프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이러고 살지만 주변에 여행이나 활동적이었던 이들은 아주 죽을 맛이지 싶다. 보니까 골프장들 폭리에 국민청원까지 누가 올려놓았던데 예년보다 배나 오른 그린피에도 부킹이 안되는 상황인데 저렴하면 부킹이 되겠냐 싶어서 안타깝지만 그 해결책은 골프장이 더 많이 생기거나 골프인구가 줄어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새로 추가된 스카이 코스의 9홀이고, 아래는 여름에 갔었던 하이랜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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