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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한림용인

hm 2021. 10. 15. 18:52

여기도 레이크힐스 용인이던 시절에 갔었을 때는 별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기억인데 주인이 바뀌고, 퍼블릭이 된 시점에는 대단히 좋은 골프장이라고 (아마도 쌩초보 시절에는 좋은지 나쁜지 제대로 판단하기가 힘들었던 모양) 느낀다. 레이크힐스라는 이름으로 국내 여기저기에 골프장들이 있었는데 원래 천룡 cc마에스트로도 한집안이었던, 대단한 규모의 골프장 운영업체였다. 천룡 cc는 지금도 원래의 주인이 소유한 모양이지만 레이크힐스는 파산이후 여기저기로 쪼개져서 대개는 골프존카운티가 운영하는 퍼블릭이 되었다 (운영만 맡긴 모양이고, 주인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한림건설이라는 회사라고 한다). 예전 홈페이지에는 Frank O'Dowd 씨가 만들었다고 나와있었지만 장정원 씨 설계라고 언급된 기사도 있었다. Frank O'Dowd는 Intergolf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를 이끌며 여러 유명한 코스들을 만든 분이니 그분이 참여했다면 확실히 돈을 좀 들인 골프장이다. 용인에 위치한 27홀 골프장이니까 조경과 디자인이 그냥 머리에 떠오르실 수도 있는데 막상 가보면 어디 외국에라도 온 느낌으로 고요하면서도 난이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그리고 보통은 뛰어넘는 골프장이어서 그저 오래된 수도권 컨트리클럽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레이크힐스 시절에는 (워낙 회원수가 많았던 탓도 있겠으나) 비회원 부킹이 매우 어려웠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무튼 퍼블릭이다. 오랜만에 윗분을 모시고, 그리고 후배를 데리고 떠나는 길인데 직장의 주차장에서 만나 카풀로 편안하게 가려니까 10월 중순에 잔디상태가 어떨런지 은근히 기대되는 날이었다. 잔디가 누런 시기에 방문하면 좋은 골프장도 느낌이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인데 올해는 더위가 오래가면서 비도 내렸기 때문에 아직은 초록으로 물든 페어웨이다. 클럽하우스 조식은 그저그런 수준인데 가격을 생각하면 밖에서 먹고 오는 편이 낫다. 사파이어/루비/다이아몬드 코스들 중에서 이날 우리가 도는 18홀은 다이아몬드/사파이어 코스 (내 기억으로는 루비/다이아몬드로 돌면 더 좋았는데 루비가 좀 길고, 특히 루비 8번의 어마어마한 벙커들은 한번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코스에서도 생각한대로 공을 보내어 파를 만들어내면 괜히 뿌듯해진다. 다이아몬드 2번은 티박스에서 보면 우측으로 휘어지는 도그렉이었다가 써드샷 지점에서는 해저드와 벙커로 둘러싸인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파 5인데 그린이 높게 솟아있기 때문에 미들아이언 이상의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티샷과 세컨샷을 그럭저럭 보내고나서 힘껏 휘두른 6번 아이언샷이 멋진 포물선으로 그린까지 날아가면 그래 이 맛에 골프를 치는 거야 싶어진다. 다이아몬드 6번도 기억에 남는데 짧은 파 4지만 페어웨이에 마치 곰보빵처럼 벙커를 많이 만들어놓아서 티샷이 떨어지는 위치에 따라서 버디도 양파도 가능하다. 나는 전반에 47타를 쳐서 오랜만에 백돌이가 되는가보다 했으나 후반의 사파이어 코스에서는 큰 어려움을 만나지 않아서 37타로 마쳤다. 이쪽에도 더블 도그렉 파 5인 4번이 있는데 내리막에 좀 넓은 편이라서 오랜만에 투온을 노려보았으나 역시나 그린 주변의 벙커에 잡히고 말았다. 무조건 벙커를 많이 만들어놓은 것도 아닌 것이, 좁은 블라인드 파 4인 사파이어 7번처럼 (페어웨이 중간쯤 왼쪽에 공이 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벙커만 있음) 그린 주변에 아예 아무 것도 없는 홀도 있다.

역시 기억대로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홀마다 굉장했다. 사실, 벙커에 신경쓰지 않으면 티샷은 편해보이는 코스다. 아마추어의 플레이에서는 드라이버가 멀리 날아가기보다는 세컨샷이 쉬운 위치로 공이 가주는 게 중요한데 여기처럼 티박스에서 그린이 다 보이고, 페어웨이가 넓직하지만 굴곡이 심하면 좀 위축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페어웨이 양쪽과 그린 주변으로 벙커도 많아서 캐디의 조언을 믿고 따라야 한다. 페어웨이가 구겨져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경사진 형태라서 똑바로 잘 간 공이라도 세컨샷은 그저 복불복이다.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원래는 더 많았었는데 진행을 위해 많이 없앴다고) 벙커는 간혹 들어가더라도 탈출이 어렵지 않았고, 그린도 빠르지는 않지만 본대로 잘 굴러간다. 몇몇 홀에서의 경치는 국내에도 이런 골프장이 있었나 싶게 근사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위가 오래가서 아직 잔디의 색이 변하지 않았다). 물론 나같은 아마추어에게는 그저 스코어가 좋게 나오고, 날씨가 맑으면 좋은 골프장인데 거의 5분 간격으로 팀을 밀어넣은 탓에 후반에는 많이 밀렸고, 라커룸도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퍼블릭이 되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비싸졌다 (이거는 코로나 탓을 해야한다). 돌아오는 길은 거의 2시간이나 걸렸으니 온세상이 다 골프만 치는 것인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돌아다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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