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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이 운영하는 여러 퍼블릭 중에서 가장 먼저 가봤던 곳이 여기다. 이후에 다른 곳도 가보긴 했는데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와 결별한) 안성 Q는 원래 회원제로 개장했던 곳이니만큼 관리상태가 좋았고, 웨스트파인에서 이름을 바꾼 안성 W는 그럭저럭. 안성 H는 처음에 이름이 안성큐 햄튼이었다가 망한 곳인데 인허가 비리로 당시의 안성시장과 국회의원 몇몇의 목이 날아가게 만든 악명높은 곳이다. 다른 골프존카운티 골프장들보다 여기를 가장 먼저 가본 이유는 설계자가 Gary Player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 게리플레이어 코스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에서 몇차례 경험한 바로는 나름 철학이 깃든 디자인이라 느꼈던 바가 있었다. 실은 디자인이고 뭐고간에, 종종 싼 프로모션이 나오는 곳이어서 스코어는 죽을 쒔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다. 뭐, 게리플레이어가 얼마나 실제로 기여했는지는 모르겠고, 색다를 것이 없는 우리나라 골프장인데 페어웨이가 약간 좁아보이지만 거리가 짧아서 티샷이 대충 나가면 미들아이언이나 웨지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었다. 산꼭대기에 송전탑이 시야에 좀 거슬렸어도 경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빚을 내어서라도 나간다는 화창한 날씨에 모처럼 평일 오후에 시간이 비었다. 평일 골프가 여러모로 좋긴 하지만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 큰일인데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쫘악 돌리다보면 쟤는 일안하고 맨날 골프만 친다냐 뒷얘기가 나올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튼 천안에서 한 명, 인천에서 한 명을 구했으니 만나기 적당한 지점은 안성 부근이 된다. 그리고 성수기답게 부킹사이트에는 웬만하면 "4인필수"라고 못박아두고 있으니 3인 플레이를 받아주는 곳은 여기같은 퍼블릭밖에 없었다. 사실 가성비만 생각한다면 조금만 더 내려가서 충북 지역의 골프장을 찾아가는 편이 더 낫다. 음성이나 진천 정도라면 서울에서의 거리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골프장의 풍광이 더 낫다. 이쪽 동네에는 아직 회원제 골프장들이 많지만 퍼블릭 부킹도 다 받아준다. 덕택에 별별 사람들이 다 오니까 가끔 눈쌀이 찌푸려지는 수도 있지만 그게 요즘 골프장 풍경인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의 역사는 배타성과 이를 악용한 편법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 경제상황의 악화 때문인지 그렇게 해서는 유지가 어려워졌고, 그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굳이 예전에 올렸던 리뷰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느낌이 달라져서이기도 하지만 누런 잔디가 보기싫은 내 강박관념, 그런 것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시작하고보니 티샷이 요즘에 또 잘 맞는다. 팔을 몸에 붙이고 가볍게 백스윙해서 힘차게 돌려주면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거리가 나오는데 문제는 심한 풀훅이 잦다. 머리를 뒤에 잡아두지 못하고 딸려가서 그런줄은 아는데 알면서도 막상 스윙을 시작하면 예전 버릇이 반복된다. 아예 좌측을 겨냥하고 때리면 똑바로 가기는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본 방향 그대로 가기도 하니까 예전 짤순이일 때는 느껴보지 못한 난감함이다. 그래도 내 소원이 길어서 맞창나는 것이었으니 스코어는 죽을 쑤겠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드라이버 뿐만이 아니라 아이언도 이제야 제대로 힘주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 오히려 여기처럼 커다랗고 복잡한 그린에서는 쓰리펏을 종종 한다. 나쁘지 않은 코스였지만 팀을 많이 받아서인지 일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캐디에다 가성비 떨어지는 식사 등등은 골프존카운티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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