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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사에 길이 남을 현대그룹의 서산 간척지 사업이 남긴 것이 드넓은 농경지 말고도 더 있었다. 거기에 36홀의 골프장이 만들어져 2014년에 개장했는데 설계자는 백주영 씨라고 한다 (2016년에는 바로 인근에 현대솔라고라는 36홀 골프장이 새로 또 개장했던데 두 곳 모두 현대그룹과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바다를 막아 땅이 된 곳이라 평평하고 바람부는 링크스 코스일 것인데 원래 이날의 계획은 지방에 갔다가 하루정도 더 머무르면서 운동을 하려는 것이었는데 세찬 장마비로 예정보다 일찍 귀경하게 된 것이다. 귀경길에 수원 정도까지 올라왔더니 비는 커녕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길래 다시 방향을 틀어 충남 태안까지 내려간다. 평일 오전임에도 한산한 서해안고속도로로 수원에서 태안까지는 한시간 반만에 도착이었다. 너무 일찍 오기는 했는데 이른 점심을 먹으며 살펴보니 과연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드넓은 부지다. 예전의 군산 cc나 오렌지듄스도 그랬지만 간척지라고 무조건 링크스 코스여야한다는 공식은 없을 것인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신선한 지형이라 그런지 아니면 평지에 다시 산과 계곡을 만들기에는 비용이 부족했던지 다 이런 식이다. 그래도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아름다운 풍광 아래에서 골프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위에 "저렴한" 가격이라고 적어놓고 보니 잠시 멈칫한다. 36홀 플레이에 캐디피와 카트까지 하면 인당 20만원 수준인데 이걸 싸다고 좋아하는 것은 여기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의 평균 비용이 세계 100대 코스의 평균 이용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그럼에도 주말에는 티타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반면 세계의 골프업계는 한국을 다들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니 나도 돈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어디 외국에라도 나가서 살아야겠다. 한편, 먹고살아야하는 와중에 너댓시간을 할애하는 운동이니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새벽같이 일어나 18홀 내내 앞의 팀을 원망하고는 끝나면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밀린 일을 마무리지어야하는 상황이라면 가까운 골프장이 좀 비싸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해외에서의 라운드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행이나 출장으로 가서 운동 후에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면 좀 멀어도 무슨 대수겠는가. 아무튼 얼른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었으면 좋겠다.
A와 B 코스로 나뉘어진 36홀이라도 어느 쪽을 돌더라도 상관없을, 비슷한 디자인이다. 이날 우리는 B 코스를 돌았는데 드넓은 평지니까 이국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여기는 좀 한국식 링크스 코스다. 원래 잔디가 있으면 페어웨이 내지는 그린, 그밖에는 전부 해저드인 식이어야 내가 가봤던 해안가 링크스인데 여기는 갈대를 좀 심어놓기는 했으나 나무가 없을뿐 미국에서 흔히 봐왔던 파크랜드 코스같다. 차라리 이런 식이 공치기에는 더 편안하긴 하다. 그러나 감탄할만한 경치도 아니다. 나무도 산도 보이지 않는다. 밋밋한 풍경에 피곤 탓인지 공도 엉망으로 맞았다. 일하기 싫어보이는 캐디에다가 무례한 말투로 시종일관 싸우듯이 골프치는 앞뒤 팀을 거의 매 홀마다 마주쳤던 것도 이 골프장의 점수를 깎아먹는다. 별로인 골프장에서 공을 많이 잃어버려서 그런지도 (우리가 돈 B 코스가 좀 어렵고, 상대적으로 A 코스는 좀 쉽다고 한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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