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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삼일 일정으로 온 일본에서 이틀째이자 귀국하는 날의 골프장은 쯔이엔 컨트리클럽의 서고베코스 (隨縁カントリークラブ 西神戸コース). 설계자인 Robert von Hagge 씨는 어째 낯선 이름이지만 Doral 리조트를 설계하는 등 상당히 유명한 코스 디자이너라고 한다.  쯔이엔이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일본에 여기저기 많이 있는 모양인데 캐디가 필수인 고급진 곳도 있고, 여기처럼 퍼블릭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사를 끼고 부킹했으므로 가격은 모르겠지만 프론트에 붙어있는 가격표에 주말 그린피가 만엔이 넘어가니까 좋은 골프장인 모양이다. 반일감정으로 일본 전역의 골프장들에 한국인 내장객이 전년대비 20%도 안된다고 하며, 실제로 일요일 오전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서 한국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서고베코스는 산속 깊이 위치한데다 페어웨이를 구겨놓고, 도그렉이 많아서 시각적으로 근사했는데 이런 식으로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코스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티박스에서는 넓든 좁든 해저드를 건너가야 페어웨이가 나오니까 초보자에게도 불편한 디자인인데 나는 정말 재미있게 쳤다. 기억에 남는 홀들이 많지만 강을 넘겨 티샷을 하고는 출렁다리로 한참 넘어가야하는 12번이나 저멀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치는 16번이 압권이었다. 아니, 18홀 모두가 독특하고 드라마틱하면서 재미있는 골프장이었다. 노캐디로 운영되지만 카트에 달려있는 gps가 앞팀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티박스에서 기다리다보면 "이제 티샷을 하셔도 됩니다" 라고 음성으로 알려주는데 여기처럼 전방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코스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다. 좀 느린 그린과 누렇게 변한 러프가 굳이 흠잡자면 흠이었고, 고베 지역이 겨울철 골프여행에 좋은 동네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보람찬 이박삼일이었다. 거기에 (말로는 종종 들었었지만) 끝나고 샤워하는 욕장에 아줌마 직원들이 버젓이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충격적인 모습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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