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구 인근으로 찾아갈 일이 별로 없었지만 올해는 가능하면 이쪽이나 경북 골프장을 자주 찾으려고 한다. 몇년전에 한번 와보았던 세븐밸리위 위치는 소위 왜관 (倭館)이라고 불리던 동네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인데 구한말 일본인 거주지역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은 부산쪽이었을 것 같은데 아는 바가 부족해서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음). 바로 옆에 36홀 회원제인 파미힐스가 있어서 거기를 가보고 싶었지만 부킹을 잡을 수가 없어서 다시 여기로 왔는데 여기 세븐힐스의 기억도 나쁘지 않았다. 언제였는지 호주의 유명한 설계자인 Tony Cashmore 씨가 만든 골프장이 우리나라에도 하나 있다더라 들은 바가 있었는데 거기가 바로 세븐밸리였나 그랬을 것이다. 근처에 사는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이런 일박이일 골프여행의 즐거움이다. 다만 갑자기 비가 오고 추워진 날씨를 걱정했을 뿐.
생각보다는 춥지 않은 오후 티타임인데 점심을 먹으면서 내려다보니 벌써 초록색 잔디라서 기분이 좋았다. 여전히 나는 초반 홀들에서는 샷이 엉망인데 나이먹는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나는 젊어서부터도 가끔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담이 들렸다고들 하는) 증상이 생기곤 했다가 그냥 지내다보면 어느날부터 괜찮아지곤 했다. 골프를 치면서부터는 몸이 아프건 마음이 심란하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라도 일단 나가자 주의가 되었는데 라운드는 어찌 하겠지만 끊어놓은 연습장에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아픈 몸으로 연습장에 가면 스윙만 망가지고, 재미가 없다. 아무튼 잔디를 밟으며 스윙을 하면 집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회복이 빠르다.
제아무리 유명한 설계자가 오더라도 우리나라 산악지형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지 이런 골프장은 전반이나 후반이나 대개 비슷한 분위기로 만드는데 여기 세븐밸리는 달랐다. 우리는 세븐 코스로 시작했는데 한동안 한쪽은 높고, 반대쪽은 낭떠러지인 홀들을 지나가지만 차츰 설계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전반적으로는 역시 푸른 잔디에 산세가 멋진 입지였고, 느려터진 그린을 빼면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고생했을 페어웨이 양잔디도 관리상태가 괜찮은 편. 세븐 코스에서의 압권은 저멀리 페어웨이 뒷편으로 야트막한 산등성이가 아름다운 7번이었는데 세컨샷을 너무 길게 보내면 해저드의 위험이 있어서 살짝 어려운 파 5 홀이 되겠다. 후반인 밸리 코스는 확실히 우리나라 설계자가 대충 만든 골프장이 아니로구나 싶게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어렵)다. 코스를 지나다보면 산너머에 36홀 파미힐스가 보이고, 보기에는 그저 뻔한 계단식 코스인데 이쪽에서는 알아주는 명문이라고 하나 아마 세븐밸리보다 코스의 재미는 덜할 것이다. 라운드가 끝나갈수록 점차 긴장이 고조되게 만들어놓았고, 밸리 코스를 마무리하는 9번의 조경이 꽤나 그럴듯해서 즐거운 라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