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골프장

서원힐스

hm 2022. 8. 4. 05:36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나 기억을 더듬어봐도 요즘이 태어나서 가장 더운 여름같이 느껴진다. 주말마다 쉼없이 골프장에 나가다가 지난주에 이러다가 죽겠구나 힘든 경험을 하고는 혹서기 골프는 나라에서 금지시켜야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시덥잖은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하루만 쉬어도 손이 근질근질하고, 새로운 의욕이 솟아나니 골프라는 운동이 참 신기하다 (그렇다고 죽어라 친다고 별로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골프가 아니면 마땅한 취미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라운드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그저 소파에서 빈둥거리며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다 하루를 보내니까 그래도 골프라도 치는 편이 낫겠다.

파주의 고급진 회원제 서원밸리에 바로 붙어있는 27홀 퍼블릭이 서원힐스다. 서원밸리를 만들던 당시에 9홀 퍼블릭으로 함께 조성한 것이 아마 지금의 동코스인 모양이고, 이후 송호 씨의 설계로 추가한 18홀이 서/남 코스. 서원힐스야 당연히 아무나 부킹해서 가는 대중제 골프장이라 나는 몇년전까지 종종 갔었으나 코로나 이후로는 상황이 역전되어 (주변에 회원이 있어서) 서원밸리를 두어달에 한번씩 가면서도 그때마다 입구를 지나쳐야하는 서원힐스는 도무지 가볼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4주전 월요일에 부킹이 열리며, 시간맞춰 들어가도 순식간에 티타임이 사라지지만 더운 여름이라 그런가 평일 오후에 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동코스는 서원밸리와 함께 만들어져서 좀 평이한 디자인에 투그린이며, 조선잔디 페어웨이인데 여기를 피하려면 서코스로 부킹해야 양잔디 서/남의 순서로 18홀을 돌 수 있다.

몇일간 비가 상당히 왔지만 다행히 그친 후에 라운드를 시작한다. 그런데 몸이 덜 풀렸는지 더워서인지 첫 홀부터 공이 열려 맞는다. 지난 겨울부터 꾸준히 레슨을 받은 덕택에 훅이 나면 났지 슬라이스나 풀샷은 없었는데 레슨을 중단하니까 다시 이런다. 시작부터 겸손해지는 라운드인데 아무래도 다시 레슨을 받아야할라나 보다. 못치기는 했지만 양측의 호수를 바라보며 티샷하는 서코스 1번부터 아름다와서 나간 공이 더 아쉬웠다. 그래도 이후의 홀들에서는 무난하게 진행했고, 길어서 투온이 어려웠음에도 80대 후반으로 마쳤으니 살짝 긴 전장을 빼면 어렵지는 않은 골프장이었다. 서코스 8번은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가장 긴 파 5 홀이라고 하는데 오르막이기도 해서 나같은 경우는 쓰리온을 아예 포기하고 쳤지만 장타자들이 욕심내다가 망가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아름다운 내리막 파 3인 남 5번은 서원밸리 8번과 매우 흡사해서 설계자가 그 홀을 오마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이 홀 말고도 서원밸리와 비슷한 느낌의 홀들이 여럿 있었는데 단순히 같은 산이니까 그렇겠지 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흔하게 보는, 내리막에 호수를 끼고 우측 도그렉으로 도는 파 5인 남코스 8번이 서원힐스에서는 시그너처 홀이라고 한다. 페어웨이가 꺾이기 시작하는 세컨샷 지점의 왼쪽에는 (박인비 프로가 결혼식을 올린) 예식장이 있다.

오랜만의 서원힐스 라운드라서 소원성취한 기분이지만 막상 치고나니 그래도 회원제와 퍼블릭의 차이는 느껴졌다. 우리나라 골프장이니까 약간의 언덕과 산을 따라도는 디자인이지만 타겟 골프는 아니고 오히려 서원밸리에 비해서 넓고 평평하다. 그린도 몇몇 홀에서는 페어웨이보다 넓은 것이 아닐까 싶게 크다. 국내 최대의 저수량을 자랑한다는 말처럼 해저드에는 물이 가득했고, 더위에도 누런 부분이 전혀 없었던 잔디에 주변의 경치도 끝내준다. 이런 골프장에서는 공이 안 맞아도 즐겨야하는 것인데 역시 공이 제대로 맞고봐야 여유가 생기니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아무튼 몇년간의 소원이었던 서원힐스 라운드를 오후 6시쯤에 마쳤고, 즐거웠지만 역시 서원밸리가 더 좋게 느껴지긴 했다. 그늘집에는 서원밸리의 명물인, 골프장에서 직접 만든 (맛있다고는 하지만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맛의) 단팥빵도 판다.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맛집들이 많아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는 귀가하는데 코로나다 뭐다 핑게로 필드만 주구장창 나갔던 터라 슬슬 연습장과 레슨을 생각한다.


'국내 골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크밸리  (0) 2022.08.10
젠스필드  (0) 2022.08.07
소피아그린  (0) 2022.08.01
SG 아름다운  (0) 2022.07.30
이글몬트  (0) 2022.07.2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