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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서원밸리

hm 2021. 6. 16. 12:56

작년에 코로나로 침울했으나 골프로는 흥했던 나는 여기저기, 어디라도 갈 수만 있다면 회원제나 퍼블릭을 가리지 않고 다녔다. 골프인구가 급증하면서 부킹이 어려워져서 오히려 퍼블릭 골프장에 가보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왔는데 회원권을 가진 지인들이 생기면서 전같으면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꿈만 꾸었던 서원밸리도 꽤나 자주 방문했다 (오히려 바로 옆의 27홀 퍼블릭인 서원힐스는 가볼 기회가 최근에는 없었다). 쉽게 말해서, 싸고 부킹이 쉬운 맛에 회원제를 가게 되었고, 퍼블릭 코스들은 이제 비싼데다가 부킹도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려서 못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몇번을 가봐도 서원밸리가 더 좋은 골프장임은 분명하다.

파주에서도 이쪽 동네의 산세는 바로 인근의 송추 cc 등과는 좀 다르다. 산과 계곡을 따라서 코스가 돌아나가는 것은 맞는데 좀 완만하다.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라고는 하지만 이재충, 이인환 씨 등이 함께 참여한 덕인지 날을 세워 골퍼를 골려주려는 인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오래된 우리나라 회원제의 그저 넓고 똑바른 스타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황당하지 않고 적당한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완만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며, 페어웨이에 굴곡과 경사가 있으나 많이 좁은 식은 아니다. 편안한 스타일이라도 식상하지 않고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워터 해저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티샷의 캐리를 요구하는 홀도 나온다. 서원밸리의 시그너처 홀로는 서원코스 2번이 꼽히는데 높은 티박스에서 저멀리 그린까지를 내려다보면 상당히 장관이다. 여기는 장타자라면 투온도 노려봄직한 똑바른 파 5 홀이지만 양쪽으로 연못을 피해가며 지그재그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심한 내리막에 파란 하늘과 초록의 잔디가 연못에 투영되는 파 3 밸리코스 8번이 가장 근사했다. 6월 중순이 넘어가는 시기의 조선잔디는 그야말로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티박스에서 페어웨이를 바라보면 어느 한 구석도 흠잡을 곳이 없게 아름다운 초록색이다. 동반자들은 불평하지만 길게 자란 러프는 그래도 공이 사라져버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좀 빠른 편인데도 부드럽게 어프로치 샷을 받아주는 그린 덕택에 RTJ 코스의 무시무시함이 반감되었을 지도 모른다. 명불허전이라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하는 법인데 서원밸리는 (최고는 분명 아니겠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골프장이다. 아름답기로는 양평의 더스타휴와 쌍벽이고, 코스의 재미로는 서원밸리가 조금 더 윗쪽이다. 라운드를 마쳤을 때는 이미 금요일 저녁이니 아예 저녁을 근방에서 먹고는 길이 막힐 각오를 해야하는데 역시 내가 운전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 또한 행복한 일이었다.

코로나로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시기에 나는 요즘 열심히 연습장에도 가서 레슨을 받는 중인데 특히 드라이버샷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다. 몸이 먼저 돌면서 앞으로 딸려나가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데 아직은 클럽헤드가 늦게 내려와서 슬라이스 투성이지만 가끔 제대로 맞으면 내 몸뚱아리로도 이런 샷이 가능했구나 감탄스러운 공이 나온다. 이상하게도 연습장보다 필드에서 더 잘 맞는 느낌인데 티샷이 똑바로 멀리 날아가서 우쭐했다가 또 다음 홀에서는 예전 버릇이 튀어나오는 반복이다. 정말 골프는 어렵다. 그리고 요즘에는 골프장 부킹이 나름 "평등"해져서 서원밸리처럼 일부 배타적인 회원제가 존재하는 반면 웬만한 코스는 비회원도 부킹이 가능해졌다. 나는 주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직접 부킹을 알아보는 편인데 예전에 접대골프 경험만 있는 분들은 아직도 부킹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 전날 저녁에 전화해서는 사정이 생겼는데 티타임을 30분만 늦추라고 얘기하는 황당한 윗분도 아직 있다. 한편 반대로 생각해보면 (본인사망 이외의 사유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골프장 부킹을 절대 깨뜨릴 수 없는 약속인 양 생각하는 문화도 뭔가 이상하다. 약속은 지켜야하는 것이지만 유독 골프약속에 엄격한 것 역시 우리나라의 특성이지 싶다. 까다롭고 권위적인 컨트리클럽이 잔존하는 것에 이해할 수 있으나 그냥 맘편히 시간날 때 가서 18홀을 돌 수 있는 코스도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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