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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이름처럼 아름답다고, 다녀온 이들은 다 칭송하는 아름다운 cc는 지금은 SG 그룹 소유의 퍼블릭이기 때문에 문턱은 높지 않아도 위치에 비해 높은 가격대라 (그런데도 부킹이 쉽지 않다)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서울에서라면 충주 정도로 가는 거리인데 충남 아산이라는 (평생 다른 일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위치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이 골프장에 지인이 있어서 좋은 가격으로 몇차례 다녀왔었는데 그 분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굳이 가볼 생각을 안하고 몇년이 흘렀다. 최근 어느날엔가 유튜브에서 하는 예능골프를 보다가 SG 아름다운 cc라고 자막이 나오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 멋진 홀이 보이길래 이상하다 싶었고, 거기가 새로 추가된 락 코스임을 알았다. 락 코스를 돌려면 레이크/락의 순서거나 락/힐 순서로 예약해야하며, 더운 여름이라서 가능했겠지만 일요일 새벽의 티타임을 간신히 잡았다. 예전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을 거쳐서 갔었는데 이번에는 수도권 제2 순환도로인가 동탄에서 빠지는 길이 생겨서 시간이 줄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서울에서 한시간 반 가까이 걸리니까 자는둥 마는둥 일어나서 컴컴한 고속도로를 탄다. 하도 자주 골프치러 다녔더니 요새는 안아픈 곳이 없지만 최근의 날씨가 골프 안치면 뭔가 크게 손해보는 느낌이어서 진통제를 준비하고 왔다.
우리는 시원스럽게 넓직한 페어웨이로 티샷을 하는 레이크 1번부터 시작했다. TV에서 하는 무슨 매치플레이 예능을 시청하면 아마추어나 여성프로나 모두 이 홀에서 티샷후 웨지 거리가 남던데 나는 티샷이 잘 맞았음에도 롱아이언 거리가 남아서 살짝 당황했고, 아마 IP를 넘기면 거기서부터 내리막이어서 그렇지 싶다. 호수를 끼고 도는 3번과 그린 주변이 온통 벙커인 레이크 5번은 실제로 보니까 아주 아름다와서 샷에 힘이 들어가게 생겼다. 전반적으로 벙커만 피한다면 그린 주변이 비교적 관대해서 웨지 거리가 아니라도 그린을 바로 노려볼 수 있다. 초보자에게는 페어웨이가 만만해보이는 골프장이, 좀 실력이 올라가면 그린 주변이 관대한 골프장에서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고 보는데 여기는 그린이 엄청 어렵다. 비가 온 직후라 좀 느리기까지 해서 더 어려웠던 기분이다. 후반에 돌았던 락 코스에서는 역시 tv나 유튜브에서 인상적이었던 3,4,5번을 얘기해야 한다. 채석장 터에 만든 홀들이라 거대한 바위산을 끼고 돌아가는 홀들이라 타수와 상관없이 장관에 넋이 나갔다. 예전에 타이거 cc나 캘리포니아에서 Oak Quarry 등의 채석장 골프장을 가본 적이 있는데 아름다운 cc의 암벽은 좀 다듬었다는 느낌이었고, 그늘지는 방향으로 홀들을 만든 것이 좀 아쉬웠지 경치는 정말 근사했다. 그린에 올라가기는 비교적 쉬웠지만 커다랗고 물결치는 그린은 홀컵 주변에 자잘한 브레이크도 있어서 퍼팅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송호 씨가 설계한 골프장들 중에서도 특히 난이도가 높고 경치가 독특한 코스라고 생각하는데 본바탕인 입지가 쉽고 평탄한 디자인을 불가능하게 했을 거라고 본다.
여담으로, 올 봄부터 내가 쓰는 드라이버는 코브라의 신형인 LTDx 맥스에 50g 스탁 샤프트인데 R 플렉스다. 이전에 쓰던 드라이버들이 모두 가볍고 약한 샤프트를 달았었는데 나는 근력이 부족하고, 스윙스피드가 느리니까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비거리가 짧아도 비교적 똑바로 날아가고, 간혹 맘잡고 휘두르면 살짝 훅이 나는데 슬라이스는 거의 없으므로 티박스에서 한쪽을 완전히 막아놓고 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만족스럽다. 그런데 이날의 동반자가 나처럼 왼손잡이라서 모처럼 그의 드라이버를 빌려서 몇몇 홀에서 쳐보았는데 요즘 좋다고 난리인 모 일본회사의 60X 샤프트인데 놀랍게도 똑바로 멀리 날아가서 놀라버렸다.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인지, 요즘 샤프트의 기술이 좋아져서 다양한 스윙을 다 받아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남의 채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새삼 놀라운 경험이었다. 힘이 약하면 편한 샤프트를 쓰세요 그런 조언이 과연 옳은지도 궁금해졌다. 피팅을 받으면 제일 좋을 것인데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드라이버 선택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면 "그정도 체격이시면 70s나 x 정도는 하셔야죠" 식의 답변도 종종 보이니까 저말 모르겠다. 질문하는 이들의 수준도 제가 초보이긴 한데 볼스피드가 70 좀 넘거든요 그런데 늘 슬라이스예요 샤프트가 너무 약한거죠? 헤드 로프트를 8도 정도로 낮춰볼까요? 이런 답정너의 시기를 나도 한때 거쳤긴 한데 결국 장비보다는 스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