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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있는 젠스필드를 굳이 다시 가보려고한 이유는 유튜브에서 (아, 알고리즘...ㅠㅠ) 절대 가면 안되는 폐급 골프장 어쩌고 동영상을 보았는데 대충 공감되는 내용이었지만 젠스필드가 포함된 것이 의아해서였다. 나는 몇년전에 여기를 딱 한번 가보았지만 싼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고 느꼈는데 아무리 호불호가 있고, 방문하는 시기나 관리상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사이 관리에 소홀해졌을까 아무튼 궁금하던 터였다. 주지하다시피 젠스필드는 2010년에 회원제를 표방하며 개장하였다가 지금은 퍼블릭인 18홀인데 권동영 씨의 설계로 넓은 구릉지에 조성한 골프장이다. 몇년전에도 매우 저렴한 가격의 프로모션이 종종 나오긴 했는데 그린피가 미쳐버린 요즘도 평일 오후에 13만원 정도로 나오니까 가성비가 여전히 좋고, 중부고속도로에서 가까운 편이라서 서울에서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근방의 진양밸리와 비슷한 수준의 코스에, 썬밸리보다는 경치가 훨씬 낫다.
우리는 힐 코스로 시작했는데 핸디캡 18번인 첫 홀에서부터 투온에 원펏으로 버디. 그러나 티샷의 방향성이 잡히니 또 거리욕심이 난다. 한여름이라 조선잔디 골프장은 어디라도 상태가 좋을 시기인데 확실히 그린은 좀 느리긴 했으나 욕을 먹을 정도일까 의아했다. 11번 홀은 500미터가 넘는 파 5인데 잘 맞았다 싶었어도 막상 세컨샷의 위치는 내리막 라이에 저 앞에 해저드가 있어서 넘기기 부담스럽다. 결국 나는 웨지로 끊어가는 선택을 했는데 이럴바에는 티샷이 더 짧았어야 했겠다 싶으니 (물론 처음 방문한 골프장이지만) 코스 매니지먼트의 실패다. 이어지는 홀들이 대개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쉽지 않은 자리로 공이 떨어진다. 힐 코스는 티샷만 잘 맞으면 그린이 비교적 쉽게 공략되지만 약간 좁아보이고 벙커도 많아 부담스럽다. 후반은 드래곤 코스인데 벙커와 해저드가 위협적인 2번 홀이 최고의 장관이다. 전반적으로 긴 전장이지만 무조건 거리만 멀리 나가서는 오히려 스코어를 까먹을 코스다 싶다. 비슷한 레이아웃인 7번도 멋진데 라운드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드래곤 7, 8, 9번이 제격이라 우리처럼 힐 코스를 먼저 도는 편이 낫다고 생각된다. 아름답게 잘 관리된 이런 코스를 (비록 혹서기의 평일 오후라 덜 깎아서 느린 그린이지만) 다해서 십몇만원에 경험했다면 만족이다. 땀으로 얼굴이며 옷이며 엉망이 되어버린 것만 뺀다면. 그리고 디자인에서 좀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그린 주변의 벙커들이 그린에 붙어있지 않고 좀 떨어져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벙커샷이 꽤 어렵다. 그린사이드 벙커는 일단 탈출을 목표로 한다면 공 뒷쪽을 두껍게 때리는 법인데 공이 떠서 날아가는 거리까지 신경쓰자면 이게 좀 어려워진다. 내가 요즘 프로에게 레슨때마다 지적받는 내용이 머리와 상체가 임팩트에서 공 뒤에 남아있는 식인데 잘 맞으면 아이언 샷의 거리가 10미터는 더 날아가고, 조금 신중하게 친다고 손이 천천히 내려오면 클럽헤드가 열려서 맞고, 그렇다고 힘이 들어가 아차하고 몸이 먼저 돌아버리면 개훅이 나버려서 멘붕을 겪는다. 그러나 옳은 방향임을 알기에 계속 그렇게 쳐나간다. 4번과 5번 아이언이 계속 정타로 잘 맞아주는 것에 기분이 좋아서 이제 하이브리드는 빼버릴까 기분좋은 고민도 함.
아무튼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에 비교하자면 내가 훨씬 더 골프를 많이 친다고 자부한다), 젠스필드에서는 코스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 함께 거론된 해솔리아나 로얄포레와 같은 급으로 매도하는 것은 좀 심했다. 같은 골프장을 같은 시각에 방문해도 사람마다 제각각의 느낌을 받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걸 굳이 함부로 얘기할 일일까 그런 생각도 했다. 게다가 골프장에는 가성비라는, 무시할 수 없는 평가기준도 존재한다. 물론 내게도 양지파인이나 비에이비스타처럼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골프장들이 있지만 싼 가격에 나온다거나 누가 회원가로 불러주면 굳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