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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금강

hm 2020. 5. 19. 07:31

금강 cc는 여주군 가남면의 수많은 골프장 중에서 하나일 뿐이지만 고속도로에서 가깝고, KCC 공장과 붙어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아주 좋다. 주인이 누구인지 주변의 공장을 보면 설명해주지 않아도 금방 알게되고, 작고하신 예전 회장님 취향에 따라 무지 단조롭고 쉬운 코스였다고 한다. 리노베이션으로 동코스가 추가되면서 조금은 난이도가 올라갔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전반적으로 평이한 코스였다. 설계를 누가 했을까 찾아봐도 누군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건설과 토목의 최강자였던 회사 자체적으로 조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날은 모처럼 예전에 모시던, 내가 존경해마지않는 선생님을 모시는 자리라 좀 좋은 곳으로 할까도 생각했으나 신생 코스는 보통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접대에는 부적절할 것 같아 여기로 잡았다. 오전에 대치동의 선생님 댁에 들렀다가 모시고 오기에도 적당한 거리. 그러고보니 나를 골프에 입문하게 하시고, 머리를 올려주신 분이니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습하지만 아주 덥지는 않았던 하루. 우리는 이날 좀 어렵다는 동코스로 시작했는데 마치 미국 퍼블릭에 온 느낌으로 평평한 페어웨이를 보면 스코어 욕심이 난다. 그래도 호수도 있고 양옆으로 숲도 울창해서 저멀리 보이는 KCC 굴뚝만 아니라면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다. 산기슭만 아닐 뿐 우리나라 골프장의 전형으로 생겨먹었으니 제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만들어도 여기다가 외국의 풍광을 가져다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금강 cc에 여러번 와본 경험에 비춰보면 어떤 조합으로 도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원래의 남/서 코스에 비해 동코스는 (비록 우리나라 산악코스에 비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난이도가 대단히 다르다. 그저 즐거운 하루를 기대한다면 서코스로 예약해서 (서/남의 순서로 돈다) 치면 되고, 동코스로 시작한다면 전반에 비해 후반의 서코스에서 위안을 받는다. 당황스러운 조합이 남/동의 순서인데 전반에 방심했다가 갑자기 어려운 동코스를 마주하면 멘붕을 겪을 수도 있다. 내 생각에 동코스의 파 5 홀들인 2번과 9번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게 어려운 홀들이다. 오르막 세컨샷으로 커다란 해저드를 넘겨야하는 동코스 2번이나 그린 앞에 쑥 들어간 계곡을 만들어놓은 9번은 좀 이상할 정도로 난해한데 아마추어라면 레이업으로 돌아가서 보기를 노려볼 여지를 주지 않는 디자인이다. 파가 아니면 망해라 식이라서 뉴욕의 Bethpage Black 코스가 떠오른다. 아예 산을 불도저로 싹 밀어버리고 설계도에 의거해서 산을 쌓고 물길을 내는, 완전히 새로운 코스를 만들어내는 이런 스타일도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흔했다고 하던데 다행히 (동코스 몇몇 홀들을 빼면) 금강 cc의 경험은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말하니까 그저 그런 곳인가 싶지만 실은, 상당히 아름답고 잘 관리된 골프장이다.

평야를 골랐다고는 해도 역시 산지를 피할 수는 없었는지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페어웨이 양측에는 꽤나 오래된 듯이 보이는 나무들로 경계가 만들어져 있어서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공이 사라질 걱정도 덜하다. 여기는 블로그니까 각각의 홀들에서 느낀 감동을 좀 적어내려가면 좋으련만 그럴만큼 아주 인상적인 경험은 없어서 좀 아쉬운데 최근에 좋은 코스를 많이 경험해서일 수도 있겠고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이제 웬만하면 이정도 수준은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특별히 흠잡을 구석도 없다.

좀 특별했던 느낌을 받은 홀이 서코스 3번으로, 엄청 넓어보이는 페어웨이에 짧은 파 4 홀인데 티샷에서부터 그린까지 가면서 뭔가 점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진다. 러프 저편에는 공장이나 집들이 있을 것인데, 평평한 초록 잔디가 그린까지 펼쳐지는데 갑자기 차원을 이동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몇번을 가도 비슷했다. 그리고 이날은 동반자들의 제안에 따라 블루티에서 쳤는데 후회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불과 20야드 차이에 완전히 달라지는 코스에 좀 놀랐다. 미국에 살 때는 블루티도 치다가 화이트티도 치다가 맘내키는대로 하긴 했어도 아마추어 평균 수준인 내 비거리로는 확실히 역부족이었는데 드라이버, 하이브리드, 롱아이언의 순서는 스코어 측면에서는 최악이었겠지만 모처럼 실컷 연습을 한 느낌이었다. 파 4 홀에서 쓰리온, 포온은 이미 내겐 일상이었기에 뒷쪽에서 티샷을 했어도 20야드만 더 치면 되는 것인데 그게 안된다. 그래도 유쾌한 경험이어서 앞으로도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는 블루티에서 쳐볼까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비록 몸이 쑤시고 많이 피곤한 하루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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