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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사는 강** 선생의 초청으로 이틀간 골프를 치기로 하였는데 진주 cc라는 곳이 어떤 곳일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Ronald Fream의 설계로 1996년에 개장한 명문이라고 한다. 그 시절에 골프플랜에 의뢰를? 생각으로 구글링을 더 해보니 처음에는 잭니클라우스가 양잔디 골프장으로 계획했다가 중간에 의도대로 되지 않자 삐져서 포기했고, 대안으로 로날드프림에게 부탁하게 되었단다. 처음의 양잔디는 관리의 실패로 다 죽어버렸고, 일부러 갈아엎지도 않았는데 조선잔디가 (잡초처럼?) 올라와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한 스토리. 그보다는 원래 모기업이 금호그룹이었기 때문에 아시아나를 설계하면서 여기를 같이 만들었다는 설명이 더 맞을 것이다. 양잔디 진주 cc를 기억하는 동반자는 당시 정말 충격이었다고 정말 좋았다고 회상한다. 김해공항에 도착해서는 기다리는 송** 선생의 차를 타고 골프장으로 향한다. 진주는 사천공항이 있기는 하지만 비행편수가 적어서 김해 아니면 여수로 보통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그래도 매 30분마다 한대씩 김포발 항공기가 있는 김해공항이 조금은 더 편리. 때는 바야흐로 화창한 5월의 중순이고, 나인브릿지, 아시아나 cc와 설계자가 같으니 불편한 페어웨이에 커다란 그린이 예상되어 쉽지는 않겠으나 푸른 잔디에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니까 더할 나위없이 즐겁다.
분명 계곡과 산허리를 돌아나가는 코스인 것인데 홀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꽤 좋다. 특히 계곡을 가로질러 그린을 노려야하는 남강 9번 홀이 압권인데 장타자라면 왼쪽으로 그린을 노려볼만도 하나 자칫 틀어지면 대형사고가 난다. 반면 후반의 촉석 코스는 능선의 정상을 따라가기 때문에 탁트인 지평선과 푸른 페어웨이의 대비가 장관인데 스코어도 그럭저럭 나오고 있으니 더욱 즐겁다. 같은 의뢰자와 설계자지만 아시아나보다는 덜 인공적으로 보인다. 맨땅이 드러난 페어웨이와 느려터진 그린은 흠이다. 게다가 평일임에도 팀간격이 6분이라고 한다. 풀로 부킹이 다 되었다고 하니 4시간 반의 라운드는 괜찮은 편. 양쪽의 숲을 제외하면 진주 cc에는 그렇게 위협적인 해저드가 없는데 굳이 시그너처 홀을 꼽자면 위에 언급한 남강 9번과 촉석 2번이다. 2번 홀은 400 미터가 안되는, 많이 짧은 파 5인데 우측 도그렉이라 투온이 어렵지만 모처럼 잘 맞은 내 티샷이 꺾어지는 위치까지 도달한 덕에 버디가 가능했다. 그저 잘 맞으면 좋은 골프장에 훌륭한 홀이다. 편안한 코스에서 공도 잘 맞아주지만 언제나 2%는 부족한 것이 골프다. 즐거운 라운드에다가 언제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뭐를 먹게될까 은근 기대를 한다. 전라도만큼은 아니어도 삼천포 쪽으로 가면 싱싱하고 저렴한 해산물이 지천이라 몇시간의 운동이 무색하게도 과식하게 된다. 가끔이지만 이렇게 놀고 먹고 자는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