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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정부의 레이크우드 cc를 방문한 것이 2014년 여름이었는데 이전에는 로얄 cc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미군들을 타겟으로 만든 골프장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27홀 코스였고, 1972년에 처음 개장하였으니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 골프장이었다. 2014년에 우리는 전반에 북코스, 후반에 우드코스를 돌았는데 안양이나 곤지암 cc처럼 전동카트가 아니라 캐디가 손으로 미는 식이어서 플레이어도 산악지형을 걷느라 힘들었지만 캐디 보기에 미안한 지경이고 그랬다. 의정부를 넘어서 양주시까지 가야해서 길도 막히는데다가 공도 안 맞아서 엄청 힘들게 18홀을 돌았던 기억이다. 당시 북코스는 여기가 한국이냐 싶게 평탄했었고, 울창한 나무로 홀을 구분한 식은 미국의 퍼블릭 코스를 떠올리게 했다. 후반의 우드코스는 카트를 탔었던 기억인데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Nick Faldo가 설계에 참여했었다고는 하지만 그저 전형적인 우리나라 골프장이었다. 2014년 당시에는 코스의 증설과 카트길 공사가 한창이었고, David Dale의 설계로 총 36홀이 되었으니 레이크 코스는 이제 물길/꽃길의 18홀, 우드 코스는 산길/숲길 코스로 18홀이다. 리노베이션 후에 우드코스에서 몇차례 KLPGA 대회를 개최하였는데 tv 중계를 보면서 저기가 내가 가봤던 거기 맞나? 그랬었다.
새롭게 단장한 레이크우드를 겪어보러 떠났다. 레이크 코스로 부킹해서 전반은 꽃길, 후반은 물길 코스가 된다 (레이크가 우드코스보다 만원 정도 비싼데 산길 코스가 원래는 퍼블릭이었기에 그런지 모르겠다). 거의 50년이 되어가는 골프장이지만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에 은근 기대를 하고 떠난 라운드다. 일요일 새벽에 운전하고 가보니까 예전 기억과 다르게 길이 좋아서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제는 서울 북부의 골프장들이 혜택을 본다) 의외로 금방 클럽하우스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식당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는 5월의 푸른 잔디를 밟는다. 비가 온 뒤끝이라 전반은 수증기가 올라와서 뿌옇게 더웠고, 후반은 해가 쨍쨍해져서 더 더웠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은 여전했고, 그저 공이 잘 맞아주기만 하면 완벽한 하루일 것 같다. 그간의 경험으로 David Dale은 코스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능력 하나는 탁월한 설계자인데 아마추어에게는 좀 버거울 수도 있지만 여기 레이크우드의 페어웨이는 그래도 평평한 편이다.
이름이 꽃길 코스인데 시작부터 호수를 넘어가야하는 파 4 홀이다. 이쪽 코스에서는 긴 파 4인 2번 홀이 인상적인데 우측으로 거의 90도 꺾어지는 도그렉이고, 왼쪽의 ip 지점으로 티샷을 잘 보낸다면 나같은 단타자도 투온이 가능하다. 내 꿈이 250미터 막창나는 것과 파 5 홀에서 펏이글인데 파 5인 6번에서는 5번 우드로 친 세컨샷이 거의 프린지까지 가서는 쓰리펏을 했으니 무척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 홀이다. 이름 그대로 꽃길은 파 3인 7번 홀에서 나온다. 해저드를 넘겨 온그린하면 카트를 타기보다는 호수에 놓인 다리를 따라 천천히 그린으로 걸어가며 꽃밭 구경을 하면 된다. 후반인 물길 코스는 이름처럼 해저드가 많았지만 꽃도 많이 심어놓아서 분위기는 전반과 비슷했다. 파 5 홀들은 무조건 쓰리온이 최선이며, 파 4 홀들도 티샷이 어느 위치로 가느냐가 스코어를 좌우한다. 자주 방문하지 않는 사람은 캐디의 조언대로 치는 것이 중요한데 물론 본대로 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의 나는 (그렇게나 안되던) 롱게임은 그럭저럭, 특기였던 숏게임에서 퍼덕거리는 전형적인 한국의 주말골퍼가 되어가고 있다. 그나저나 전에는 어떻게 이런 더위를 견뎌가며 쳤나 싶게 더운 날씨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라도 체감온도는 거의 30도에 한증막에 들어온 것처럼 습했다. 가뜩이나 땀이 많은 체질이라 전신이 비맞은 것처럼 젖었고, 장갑도 한두 홀만 돌아도 축축해서 미끄러진다. 이래서 다들 한여름에는 차라리 동남아를 간다고 하는 모양이다. 끝나고 찬 물에 샤워를 했어도 얼얼하게 둔한 느낌이 얼굴에 남아있어서 거의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아름답고 잘 관리된 코스에 식당의 음식도 맛있어서 이 골프장이 뭔가 의욕적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싶어 (가격만 적당하다면) 자주 오게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