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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KU 골프 파빌리온이라고 이름을 거창하게 지어놓았지만 건국대학교 축산과의 목장으로 쓰던 부지에다가 Robin Nelson을 불러다 만든 퍼블릭 코스다. 이 사람은 주지하다시피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많은 골프장을 만들었던 (Nelson & Haworth 회사) 유명 설계자이고, 국내에도 스카이72 클래식코스나 군산 cc 회원제 코스 등을 만들었다. 소를 방목하던 언덕에다가 혼솔/미쁨/바른 코스로 27홀을 만들었는데 그럭저럭 아름다운 코스라고 얘기는 들어왔으나 개인적인 어떤 이유로 선뜻 가게되지는 않았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평가가 극에서 극인데 페어웨이보다 못한 그린이라던지 싸가지없는 캐디라던지 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얘기가 많았다. 강남에서 파주까지 가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닌데 이날은 마침 신촌에서 오전 일정이 있어서 오후 티타임을 잡았다. 인터넷으로 잡은 그린피가 18만원인가 하니까 아주 비싸지는 않아도 주변의 송추 cc나 서원밸리에 비할 수준은 아닐테니까 조금 더주고 그런 곳을 잡지 그랬나 싶기도 했는데 한번은 여기를 가보고 싶었다. 건국대학교 농과대학에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잔디 전문가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잔디관리가 별로라는 평가도 좀 이상해서 꼭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무튼 신촌에서도 꽤나 오래 운전해서는 이날 우리가 도는 18홀은 미쁨/혼솔 코스다. 내 평가는, 현대적이고 근사한 클럽하우스가 결국 스마트 KU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경험이었다.
미쁨 2번 홀의 그린 주변에는 하트모양의 벙커가 있는데 핑크색으로 염색한 모래가 들어있어서 일단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골프장이 장난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짧고, 좁고, 평이한 레이아웃인데 악평에 비해서는 페어웨이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비록 느리긴 해도 그린의 잔디도 괜찮았다. Nelson & Haworth 설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린 공략이 어렵지 않았는데 그저 스코어가 잘 나오면 좋은 골프장인 법이다. 짤순이 입장에서 세컨샷 어프로치를 웨지로 하는 경우가 드문데 여기서는 가능했다. 이 홀이 아까 거기 아니었나? 싶게 밋밋한 것은 흠이었지만 최근 십년사이에 국내에 개장한 코스들 중에서 이런 평이한 곳도 오랜만이다. 후반인 혼솔코스는 다들 이게 무슨 골프장이냐 그러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이나믹해서 더 나았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행복한 라운드지만 기억에 남을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야간 라운드를 노캐디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린이 좀 시원찮은 모양이다.
해질 무렵 끝난 라운드라 이쪽에서는 내 단골집인 은진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더니 밤이 깊었다. 토요일 밤의 외곽순환도로를 운전할 생각에 갑갑하기도 하고, 내일 새벽같이 또 일어날 일도 걱정인데 그럭저럭 걱정에 비해 즐거운 라운드였다. 스코어도 괜찮았고, 크게 후회되는 미스샷도 없었다. 그래도 한번 와봤으니 되었다 싶게 다시 스마트 KU를 부킹해서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럭저럭 평타는 되는 골프장인데 이 가격이면 더 좋은 곳들이, 더 가깝게 많다. 우리나라에 대학이 주인인 골프장이 또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캠퍼스에 골프장이 하나씩은 있고, 마치 학교의 얼굴이라 싶은지 최고의 코스로 만들어서 학생이나 교직원에게는 저렴하게 개방한다. 건국대학교는 무슨 생각으로 이 골프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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