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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 컨트리클럽의 위치는 보통 곤지암이라고들 하는데 실은 좀 지나쳐서 여주 쪽이고, 남한강의 아랫쪽이기 때문에 양평에서 더 가깝다고 봐야한다. 1992년에 김명길 씨가 설계해서 개장한 18홀 골프장인데 나는 오래전 한번 가보았을 뿐이지만 다들 쉬운 곳이라고 했음에도 무지 못쳐서 골프를 접어야하나 그런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위치로 보면,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데 가격이나 부킹의 어려움 등으로 그동안 외면했던 모양. 이번에는 누가 여기를 잡았다며 가자고 하길래 정말 쉬운 골프장인지, 실력이 좀 나아진 지금은 어떻게 느껴질까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주말이라면 정체가 극심할 위치지만 평일 오후라 괜찮지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 예전의 이포 cc가 아니다, 꽤 고급스런 회원제가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클럽하우스는 기억에 비해 깔끔해서 그사이 리모델링을 했나 싶었는데 라커룸 입구는 1층에, 라커는 계단을 내려가서 있도, 샤워실은 다시 한 층을 올라와야 하는 구조는 예전이랑 마찬가지였다. 코스에 나가보니 오래된 골프장답게 넓고 편안해보이는데다가 숲이 울창했는데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라 (몇주 사이에 갑자기 가을이 되어버렸다) 누래지는 조선잔디가 아쉽다. 금잔디니 단풍철이니 어쩌고해도 골프장에서는 초록의 잔디를 봐야하는 법이다 (내년 여름에 다시 와보고 싶다). 티박스마다 사자성어로 홀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 오래된 골프장다왔고, 첫번째 홀부터 공이 그럭저럭 잘 맞아주니까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나란 사람은 좀 꼬였는지) 이거 골프코스 설계가 뭐 이렇게 쉽냐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여기도 물론 페어웨이에 해저드와 벙커가 있는데 여간해서는 들어갈 수가 없는 위치에다가 만들어놓았으니 머리올리는 초보라면 기뻐할 일이지만 저 벙커는 조경이라서 들어가지 말라고 저기쯤에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미국의 (그냥 평평한 땅에 나무만 좀 심어서 홀들을 구분하는) 동네 퍼블릭 느낌이다. 물론 여기는 산세와 숲이 아름다와서 공 잘 맞고 경치 좋으니 그만하면 좋은 골프장이다.
유일하게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파 3 홀인 12번이 인상적이었으니 정말 밋밋하긴 했다. 그런데 의외로 여기 화이트티에서의 코스레이팅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한다. 내 실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쉽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닐 것이고, 공식 평가에서는 티박스 위치가 달랐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코스를 평가하는 이들이 티샷 비거리로 어려움을 격지는 않을 것인데 좀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경치나 코스의 관리상태나 근방에 널려있는 명문 골프장들에 비해 손색이 없어보였다. 오전내내 비가 내려서 걱정이었으나 우리가 치는 동안에는 18홀 내내 흐린 날씨에 바람도 예보에 비해서는 견딜만해서 골프치기에 최적이었다. 덕분에 좋은 스코어를 내긴 했는데 70대에서 90대까지 맨날 오르락내리락하는 골프라서 코스가 편안해서인지 내 실력이 좋아진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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