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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라비에벨은 부킹이 어려워서 자주 못갔지 언제라도 불러만주면 오케이인 좋은 골프장이다. 처음 생기던 당시에 달랑 하나만 있던 18홀 코스는 몇년뒤 라비에벨 올드코스가 되었고, 나중에 송호 씨의 설계로 추가된 듄스 코스가 그나마 부킹이 수월하지만 가격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 산요수 골프리조트로 원대하게 시작했다가 망한 스토리는 이제 유명한데 그래도 시공사였던 코오롱의 의지 덕택에 (계획했던 54홀은 아니라도) 36홀의, 매우 독특한 두 코스를 갖춘 골프장이 되었다. 듄스 코스는 "숲속의 듄스"라고 좀 이상한 기치를 내세웠는데 그래도 산속에 있으니까 간척지에다 평평하고 재미없게 만든 현대더링스 같은 곳보다야 좋은 경치일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나무심을 돈을 아끼려고 대충 모래밭과 갈대숲으로 조경을 완성해놓고는 듄스라고 이름붙인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모기업인 코오롱이 그렇게 빈곤한 회사는 아닐 것이고, 설계자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잔디가 겨울에 노랗게 변하면 페어웨이에 열심히 물감을 뿌리는 골프장이기도 한데 듄스 코스를 표방하면서 너무 초록초록하면 그것도 이상하게 보인다 (그런데 한옥 클럽하우스인 "올드" 코스는 양잔디, 세련된 듄스코스는 조선잔디가 깔려있다).
매년 우정힐스에서 열렸던 코오롱 한국오픈이 몇주전 여기서 열렸는데 올해만 그랬던 모양이지만 올해 조선잔디 골프장들이 잔디의 문제로 고생이 많다고 한다. 그나마 여기는 대회를 위해 열심히 관리했을 거라서 아무튼 상태가 좋을 예정이다. 남춘천 ic를 나와서 좌회전하면 오직 골프장만을 위해 만든 터널을 지나는데 여기가 뚫리기 전에는 산을 넘어서 빙 돌아가야 했었다. 클럽하우스를 한옥으로 해놓은 올드코스에 비해 듄스는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만들어졌다. 36홀 골프장에 클럽하우스를 따로 해놓았기 때문에 붐비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거기서 코스를 내려다보면 과연 탁트인 경치에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치가 펼쳐진다. 저멀리 뒷쪽으로 산들이 겹쳐서 보이는 것은 익숙하지만 드넓은 평지에 조성되어 어떻게 이런 부지를 확보했을까 신기하게 보였다. 듄스라지만 곳곳에 연못이 많고, 페어웨이도 넓직해서 즐거운 라운드였다. 그리고 평지라고는 해도 우리나라 산세답게 오르고 내려가니까 지루하지도 않았다. 두 코스중에서 고르라면 아직은 당연히 올드코스겠지만 여기 듄스코스도 정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골프장은 맞는 것 같다. 양쪽을 모두 플레이하는 일박이일 패키지도 있어서 한번쯤은 와볼만도 하다.
TV에서 대회를 볼 때는 엄청 어려운 코스같이 보이지만 화이트티 아마추어라면 칠만한 수준이며, 다만 코스가 훤하게 보여도 티샷에서부터 부담스럽다. 특히 인상적으로 플레이한 홀이 13번인데, 굽이굽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파 5 홀이다. 티샷 비거리가 짧으면 오히려 유리할 홀이어서 장타자는 차라리 뒷편의 티박스로 가거나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편이 좋을텐데 나도 언젠가는 블루티에서 쳐보고싶어지는 (거기서라면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홀이었다. 티샷이 떨어지는 위치가 개미허리처럼 좁아지는데다가 거기서부터 다시 두번 해저드를 넘겨야 그린으로 도달하는 식이어서 실력과 코스 매니지먼트가 모두 요구된다. 비슷하게 우측으로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롱홀인 16번은 그래도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가 페어웨이로 연결되어서 살짝 쉽지만 거리가 길어서 역시 재미있었다. 다른 골프장들에 비해 티샷이 어렵게 세팅되었다고 라운드 내내 느꼈는데 (한국오픈 대회의 직후라 페어웨이를 좁게 해놓아서 그럴 수도) 도전해서 제대로 맞아주면 짜릿한 희열이 느껴졌다. 잔디의 관리상태부터 경치까지 완벽한 날이었는데 아무래도 올드코스에 비해 (완전히 다른 컨셉이긴 한데) 하위버젼이라고 느껴지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