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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했을 당시의 이름이 무주안성 cc였는데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의 일원이 되었다. 왜 이름이 무주안성이었을까 했더니 지역이 무주군 안성면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오래전에 레슨받던 김** 프로가 자기는 무주안성 cc에서 주로 연습한다며 언제 한번 같이 가요 서울에서 두시간이면 가요 했지만 여간 밟아대지 않고는 세시간만에 도착하기도 빠듯한 거리다. 2018년 여름에 여수까지 가는 길에 여기 들러서 골프를 쳤었고, 이후에도 한번인가 두번정도 갔었다. 여수나 진주 등에 간다면 서울에서 차로 너댓시간 거리니까 중간에 여기쯤에서 쉬어간다 생각하면 딱 좋은 위치다. 김재열 씨가 설계한 18홀 퍼블릭인데 길고 어렵다는 평이지만 아덴힐이나 히든밸리에서 다 겪어본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어디선가 읽은 그의 설계철학은, 골프는 샷을 겨루는 엄연한 스포츠이지 정원같은 휴양지에서 하는 공놀이가 아니라고 했다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예전에 겪은 느낌은 코스는 그럭저럭 재미있지만 길고 어려웠다는 느낌이었다.

대전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 김에 경상도에 사는 지인들을 불러모아 다시 여기를 갔다. 대전에서 한시간 정도 걸렸지만 막상 골프장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에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바글바글했다. 여기는 행정구역상 전라북도지만 위치상 충청도나 경상도 말투의 골퍼들도 많이 보여서 좀 헷갈리는 위치다. 예년같으면 조석으로 시원할 추석 직전인데도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속에서 내려다보이는 페어웨이의 잔디는 몇년전에 비해 상태가 훨씬 좋아보였는데 올해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도 모르겠다. 골프를 시작한 처음부터 주로 양잔디에서 쳤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잔디에 익숙한데 다만 고온다습한 우리나라 여름철을 지나면 상하는 경우가 있더라. 여기를 전에 왔었을 시기에는 잔디상태가 별로였는데 이번에는 아주 좋았고, 꽃밭이나 나무들도 자리를 잡아서인지 한층 조경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돈 전반이 레이크 코스인데 여기가 덕유산 자락임을 잊는다면 경춘권의 골프장에서의 경험과 비슷한 코스다. 산자락을 돌아가며 한쪽은 해저드요 반대편은 오비다. 좁아보이는 페어웨이라도 막상 가보면 넓직한데 이날의 티박스는 좀 거리가 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예전에는 화이트와 레이디티만 열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블루티가 생겼고, 대부분의 티박스에 매트가 있다. 경치는 때와 장소를 고려하니 당연하지만 아주 멋지고, 관리에는 열심이어서 전보다 분명히 좋아졌다. 레이크 3번은 아일랜드 그린으로 쏘는 파 3인데 저멀리 덕유산을 배경으로 이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이라고 할만하다. 다른 파 3 홀들도 모두 근사하게 만들어놓아서 보기에는 좋은데 아무튼 레이크가 이렇게 산기슭이니 후반인 마운틴 코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 티타임이 되어 카트를 탔더니 우리 앞에 대여섯대의 카트가 대기중이었고, 예정된 시각보다 30분쯤 늦게 출발했다. 오전에 지연이 많이 되어서 그렇다고 캐디가 얘기하는데 이 화창한 날씨에 지연이라니 좀 이상했다. 우리 팀이 시작하고 나서도 매 홀마다 기다림의 연속인데다가 전반을 끝내고 나니 거의 한시간을 기다리라고 한다. 가을이라서 후반의 한두 홀은 해가 진 이후에 조명 아래에서 치겠구나 이해했었지만 그늘집에 앉아서 후반 9홀을 기다리는 사이에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좀 황당한 심정에 진행이 너무 밀리는 거 아니냐고 경기과에 항의했지만, 내가 기대한 대답은 오늘만 어쩌다보니 그렇다, 죄송하다는 사과였는데 천재지변이 아니니까 중간에 그만두셔도 홀별정산은 안되셔요 이런 말만 들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신생 골프장들은 물결치듯 구겨놓은 페어웨이가 거의 컨셉이 된 모양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실은 잘 쳐놓고도 공이 어떤 라이에 설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옳은 설계라고 할 수 없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다 핸디캡인데 재미는 있겠으나 거기에 좁고 휘어지기까지 하면 아마추어에게는 최악이다. 물론 평평한 코스라고 스코어가 좋은 것도 아니긴 한데 코스를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아니니까 파 5 홀들에서 스코어를 다 까먹는다. 프로들에게는 파 3가 어떻게든 파로 막는 것이고, 파 5에서 버디를 노려보는 것인데 나같은 아마추어라면 파 3에서나 프로와 평등한 조건에서 겨뤄보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롱홀에서 버디냐 파냐를 퍼팅으로 승부하는 상황을 만들어볼라나 모르겠다. 샤워를 마치고는 덕유산 리조트 초입의 모 불고기집으로 갔는데 이쪽에 올때마다 들렀던 곳이고, 늦은 (우리 라운드가 워낙 늦게 끝나서) 시각임에도 손님이 많았다. 입지와 적당한 가격으로 만족했던 곳이지만 어느새 유명해졌는지 맛은 그저 한 끼를 잘 때웠다 싶은 수준. 골프장에서 화가 나고 실망해서 괜히 화풀이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골프존카운티 무주는 내게 너무 어렵기도 했고, 미숙한 운영에도 크게 실망해서 아마 다시 가볼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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