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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그린힐

hm 2023. 9. 28. 05:35

또다시 예전에 가봤다가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실력이 좀 나아지고 가보니 평가가 달라지는 골프장 이야기. 몇년전에 모 회장님의 초청으로 갔었다가 치는 족족 오비에 뒷땅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곳이다. 신안그룹 계열이라고 해서 (리베라신안 cc웰리힐리 등등)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안 좋은 얘기도 많은 골프장이 그린힐인데 남촌 cc 바로 앞에 있는 위치고, 축구장처럼 평평하고 넓직한 코스라 못치기도 어려운데 아마 동반자들이 좀 부담스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설계자가 임상하 씨라고 하지만 오너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산속의 파크랜드" 코스를 만들어놓았다. 굳이 다시 가볼 생각이 드는 골프장은 아니었으나 위치와 (회원가로 칠 수 있다는) 가격이 우리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부담없는 지인들과 오후 라운드라서 예전과는 다르겠지 했다. 확실히 오래된 티가 나는 회원제 골프장의 분위기인데 어느덧 초록의 조선잔디에 황금빛이 올라오고 있었고, 일단 내려다본 티박스에 매트가 깔려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백돌이 동반자들이라 어렵지 않은 코스로 잡은 것도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력이 좀 늘어서 다시 오니까 전체적인 코스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인코스로부터 시작했는데 늘 긴장하게 되는 첫 티샷도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잘 맞아주었다. 역시 티박스에서 그린이 다 보이고, 그저 똑바르고 평탄한 홀들이 연속이었는데 그나마 호수가 보이는 14번과 18번도 여간 엉망으로 치지 않고서야 물에 빠질 일이 없었다. 인코스는 약간 좁은 대신 전장이 짧다고 했는데 그래봐야 요즘 웬만한 골프장의 가장 넓은 홀들이랑 비슷했다. 그린이 투그린에 요즘 기준으로는 좀 작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고 브레이크를 잘 먹어서 일단 올리기만 하면 퍼팅은 쉬웠다. 원래 골프장 이름처럼 그린에 신경써서 만들었다고들 했는데 비가 계속 오는 시기여서 그런지 그냥 무난했다. 아웃코스는 더 황당하게 넓어서 티샷이 죽지 않으니까 파를 연속으로 한다. 자고로 이렇게 평탄한 코스야말로 페어웨이를 지켜서 쳐야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 딱히 기억나는 홀이 없었지만 영 엉터리같은 홀도 없었다. 심지어 5번 홀은 화이트에서 550 미터 정도로 플레이되는데 한때는 파 6로 운영하다가 다시 파 5가 되어서 총 73타 코스로 운영한다니 이 골프장은 컨셉이 확실하게 보인다. 미국에서 같으면 몇십불 하는 동네 퍼블릭이다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3부까지 돌리는데도) 관리상태와 조경은 역시 회원제 대접을 받을만 하다. 진상 회원들이 많아서인지, 신안 계열의 골프장이 다 그런지 몰라도 흡연이나 티박스에 여럿이 올라가는 등등에 캐디가 무척 신경쓰는 것 같았다. 말로는 모든 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경기과에서 계속 지켜본다고 하는데 차라리 파이브썸, 식스썸을 허용하는 이상한 방침이나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9홀 증설이 진행중인 모양이라 아마 내년쯤에는 좀 좁아진 그린힐이 되지 않겠나 싶다.

아무튼 제대로 그린힐에 설욕전을 했다. 이렇게 쉬운 골프장을 "그린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GIR이 어렵지 그린 주변부터는 수월했던 나로서는 좀 이해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홀에서 우드와 하이브리드를 들고 세컨샷을 하러 나갔으니 좀 재미가 덜하지만 그래도 그린 주변으로 공을 보내놓으면 별다른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 마지막 두 홀을 남기고 3 오버로 쳤으니 하마터면 이날 뭔가 일을 내겠구나 했는데 앞의 팀들이 워낙 느려서 해가 어느덧 져가고 있었다. 핑계겠지만 눈이 많이 나빠져서 날이 어두워지면, 거기에 라이트까지 들어오면 거리감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도 모처럼만에 70대 초반을 했음). 레슨을 받으면서 프로가 가르쳐주는 것, 도저히 내 몸으로는 안되겠는데 하지만 그걸 따라하다보면 아 이거로구나 깨닫는 일의 반복을 통해 실력이 조금씩 나아져간다. 이제는 어드레스에서 팔을 축 늘어뜨리고 힘빼는 것도 가능하고, 가능한 양쪽 팔을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이걸 삼각형 유지라고 한댄다) 백스윙해서 하체의 회전으로 공을 맞추는 것도 한다. tv나 유튜브에서 넘쳐나는 비법과 요령이 틀린 말은 하나도 없겠으나 골프 스윙은 드릴 한두가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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