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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에 동진 cc라는 이름으로 36홀 골프장이 개장한 것이 1987년이라니까 벌써 삼십몇년이 흘렀다 (동대문시장 진흥조합인가 하는 단체가 주인이라 이름이 저랬다고). 지금은 뉴스프링빌이라는 이름으로 회원제 36홀, 퍼블릭 9홀에 따로 파 3 코스까지 갖춘 대규모 골프장이다. 설계를 Cal Olson이 했다는데 오래전에 서양의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 만든 골프장들은 나름의 특징이 있어서 산을 깎거나 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페어웨이를 만들곤 했다. 나는 이 골프장에 여러번 와보긴 했는데 언제나 몽블랑/알프스 코스로만 돌았었고, 록키/올림프스의 (진짜로 올림"프"스라고 적혀있다) 18홀은 이번이 두번째다. 원래 이번 주말에는 지인들과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기로 했었는데 날씨가 나쁘다고 몇몇이 취소하자 그러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되었다. 나는 그래도 아쉬워서 어디서라도 한번 치자 사람을 모았더니 임박취소한 티타임인지 어떤지 몰라도 여기가 나와있는 것이다. 비싸고 뭐고 따질 것도 없이 주말 오후의 뉴스프링빌이니 고민은 사치였다. 게다가 내가 다시 가보고 싶었던 록키/올림프스 코스가 잡혔다.

이쪽 동네에서는 새벽에 티타임을 잡으면 안개가 종종 문제가 된다. 다행히 오후라 화창한 날씨였고, 이 코스는 앞으로 쭉 뻗은 홀들의 연속이어서 해저드나 오비의 걱정없이 똑바로만 치면 된다.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비교적 짧아서 (그런데 화이트티에서도 9홀이 2,900미터는 된다고 나오는데 왜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추어들은 좋아할 디자인인데 그래도 나름 회원제라고 관리상태가 좋아서 굳이 비교하자면 몇일전에 가본 그린힐 cc가 떠오른다. 가령 올림프스 2번처럼 연못을 넘기는 파 3 홀이라도 해저드는 티박스 바로 아래에 있어서 좀 짧게 치더라도 여간해서는 죽지 않도록 만들어놓았다. 반면, 6번처럼 내리막이기는 해도 화이트티에서 200야드가 넘는 파 3도 있어서 무조건 밋밋한 것도 아니었다. 핸디캡 1번으로 꼽히는 록키 3번은 여기가 왜 어렵다는 걸까? 싶게 빤히 그린이 보이고, 그린 앞에도 별반 장애물이 없어서 아무튼 티샷이 죽지만 않으면 보기는 한다. 경치로 보자면 록키 7, 8, 9번이 적절한 장소에 연못을 파놓아서 무난하게 예쁘다. 파 5 홀들도 페어웨이 한쪽으로 꽃밭을 만들어놓아서 예쁜데 플레이하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린은 적당히 느린 편이었지만 보기에는 뻔해보여도 자잘한 브레이크가 있어서 어려웠다. 중간에 20분 정도를 그늘집에서 쉬었을뿐 스무스한 진행이었으나 캐디는 위에서 감시한다며 다른 사람 공보다 앞으로 나가시면 안돼요, 티박스에 한 분만 올라가세요, 담배 피우시면 뭐라 해요 내내 주의를 준다. 오래된 건물에 오래되어 연륜이 쌓인 코스, 오래된 회원들이 자기네 집처럼 드나들면서 편안하게 공을 치는 컨트리클럽의 분위기인데 솔직히 우리처럼 뜨내기 손님은 살짝 무시받는 느낌도 있다.

전반적으로 적절한 도그렉과 높낮이로 나름 재미있는데다가 스코어도 좋게 나오니까 분명 이런 코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이날 티샷이 좋았고, 적당한 거리의 어프로치에 그린 주변에 위험요소도 별로 없는 이 골프장에서 80대 초반으로 마쳤는데 좀 많이 아쉬웠다. 몸의 컨디션이나 코스의 난이도로 보면 70대가 나왔어야 했다고 보는데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골프라고 다시 느꼈다. 가끔 파 3 코스를 가노라면 모든 홀에서 파를 만들 기세였다가 결국은 파 3가 롱홀보다 어렵거든 그딴 얘기나 하면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몇몇 신생 골프장에 가보면 저희 골프장은 좀 어려워서 다른 곳보다 5타에서 열타는 더 나옵니다 하는데 그 "다른" 곳이 어디일까 궁금하곤 했었고, 이제 해답을 찾은 것 같다. 클럽하우스가 좀 낡았고, 아주 고급은 아니지만 나름 탄탄한 역사를 지나온 컨트리클럽, 명사나 부자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말빨은 좀 먹히는 아저씨 회원들이 시간을 때우는 그런 회원제의 분위기가 난다. 대개 그런 곳은 회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우니까 퍼블릭 부킹을 받기는 하는데 여전히 고자세에 회원 위주의 운영으로 돌아간다. 뭐,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비회원에게는 좀 불친절해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러면 안가면 그만이다. 한때 뉴스프링빌은 조폭들이 내기하는 골프장으로 악명이 높았다는데 그래서 꺼려하는 분들도 계셨으나 지금 분위기는 그래보이지는 않았고, 코스만큼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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