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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위에 골프치겠다고 저멀리 충남 당진의 바닷가까지 가야하느냐 말들이 많았지만 새로 생겼다길래 내가 우겨서 가보자고 했다. 간척지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니까 대충 어떨지 감이 오긴 했지만 링크스/파크/듄스 코스의 27홀에 그린피도 (서울에서 먼데도) 주말에 20만원이 넘어가니까 뭔가 인기있을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가야하니 서울에서라면 멀기도 한데 가는 길은 그럭저럭 빨리 간다고 해도 올 때는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지 않아서 구글링을 해보니 안세원 씨라고 하는데 이 분은 군산 cc를 (회원제 말고 대중제 63홀)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올해 7월에 개장했다고 하니 따끈따끈한 골프장이다.
그런데 골프장으로 들어서면서 나는 솔라고 정도의 광활한 간척지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공장인지 발전소인지 황당한 풍경을 보았다. 클럽하우스는 그럭저럭, 스타트 광장에서 바라본 코스는 전형적인 평지 골프장이지만 저멀리 공장뷰다. 우리는 링크스/파크 코스의 18홀을 돌았는데 이 조합을 시범라운드 시절에는 남코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듄스 코스는 전후반 각각 6홀씩이라고 들었으나 지금은 그냥 9홀로 운영하는 모양이었고, 추후에 6개의 홀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그러면 총 36홀이 된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춥지 않은 11월이라도 끝물이 되니 좀 힘들 것 같았고, 바닷가라서 더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대만을 다녀온 다음날이라서 좀 쉬고도 싶었는데 그래도 멀리까지 왔으니 쳐야지 이런 동반자들에 이끌려 1번 홀부터 시작.
서울에서 내려가는 두어시간 내내 비가 내렸는데 막상 도착하니 화창해졌고, 생각보다는 춥지 않아서 운이 좋았다.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르게 은근히 말이 짧은 남자 캐디와 함께 링크스 1번으로 출발했는데 이 캐디는 직업을 잘못 골랐다 싶게 18홀 내내 거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공만 치면 되는 것인데 이상한 캐디를 만나면 차라리 노캐디가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링크스 2번은 파 6 홀이었고, 또박또박 치면 포온이 어렵지 않은데 나는 벙커에 두번 들어가고 보기를 했다. 양쪽의 공장과 발전소를 바라보며 손에는 우드 하나를 들고 걷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링크스 스타일로 넓고 평평해서 거기가 거기같은 디자인인데 은근 200미터가 넘는 파 3 홀에 호수를 따라 90도 돌아가는 파 4 홀도 있어서 코스만큼은 재미있었다. 치는 내내 바다를 보지는 못했지만 끝나고 바로 인근의 포구에서 싸고 맛있는 회를 먹으니 기분도 좋아졌다. 캐디는 어차피 복불복이고, 누런 잔디에서 친 라운드가 아쉬워서 내년에라도 잔디가 초록인 시절에 다시 와보고는 싶은데 거리가 멀어서 다시 기회가 올라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