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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듣자하니 20세기말에 골프장 건설붐의 끝물에 편승하여 만들어졌다가 죽을 쑤는 코스라고 하던데 (어째 우리나라 얘기같음)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까 경제침체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캘리포니아에서도 최근에 문을 연 골프장인데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을 듣는 곳이다. J. Michael Poellot이 설계하여 2000년에 개장했다는데 이 사람은 산호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설계가이지만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상당히 많은 골프장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아무튼 인터넷에서 평을 찾아보면 대개 "재미있는 코스지만 가뭄 탓에 잔디상태는 별로라는" 식이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여기는 원래 목장이었던 모양이다. 티박스에도 말발굽을 꼽아놓았고, 주변에는 아직도 소나 말을 키우는 목초지들이 많다. 우리에게는 생경한 풍경이라 보기만 해도 좋은데 가뭄만 아니었다면 손꼽히는 좋은 골프장이 되었을 것이다. Antioch 근처에 보면 목장 말고도 포도밭이나 골프장도 많던데 와이너리 투어와 골프여행을 겸하는 목적지로도 훌륭할 동네다.

티타임을 부킹하려고 보니까 6시 54분에 싼 요금이 (카트 포함 인당 $41) 있었는데 해도 뜨기 전에? 하고 보니 미국의 써머타임이 11월부터는 끝나서 6시 40분이 일출시각이다 (대신 일몰시각은 5시 정도로까지 당겨졌다). 아무튼 이날은 36홀을 돌 예정이므로 새벽부터 서둘러서 골프장으로 갔다. 어차피 미국에 와서의 첫 날은 시차 때문에 일찍 깬다. 도넛과 커피를 카트에 실은 우리는 미국인 둘과 조인되어 바로 출발이다.

첫번째 홀로 가는 길에는 "Brown is new green"이라고 푯말이 걸려있던데 몇년에 걸친 캘리포니아의 가뭄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왔다. 그래도 페어웨이와 그린은 그럭저럭 초록빛을 띄었고, 누런 색과의 조화도 봐줄만 했다. 잔디가 죽은 부위에 공이 가면 살짝 옮겨놓고 쳤지만 플레이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경치가 끝내준다. 그린의 상태는 모래를 에어레이션에 뿌려놓아서 좀 울퉁불퉁했으나 여전히 빨라서 쓰리펏이 일상이었다.

막히는 거 없이 순조로운 라운드인데 막상 돌아보니 무척 재미있고 도전적인 코스인데 홀마다 나름 고민이 필요하게 만들어놓았다. 특히 전반에는 언덕을 넘겨야 하는 블라인드 홀에서 높고 길게 날아가는 티샷이 필요했는데 올라가고 내려가는 레이아웃의 반복이지만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황당하지 않고 즐겁다. 일종의 링크스 코스라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만이 살 길인데 주변에 주택가도 없고 황량한 사막이 펼쳐져있어서 마치 예전에 가본 Barona Creek이 떠오르는 풍광이다. 딱히 어느 하나를 시그너처 홀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다.

 

* 이 골프장은 2020년 현재 폐장한 상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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