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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이라고는 할 수 없고, 새크라멘토 윗쪽으로까지 올라가야 나오는 Cache Creek 카지노에 딸린 골프장이다. 그 명성은 일찍부터 들어왔으나 거의 한시간 반을 운전하고 가야하니까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었는데 이번에 The Links at Bodega Harbour를 부킹하고 보니까 (거기는 거의 두시간 거리) Yocha Dehe를 우리가 가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싶어 급히 잡았다. Brad Bell이 설계한 18홀인데 나는 예전에도 Journey at Pechanga나 Barona Creek 등에서도 아주 만족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카지노 골프장답게 아름답고 잘 관리된 곳을 예상했다. Yocha Dehe라는 이름은 (발음은 욧차데헤이 그러는 모양이다) 인디언 말로 "Home by Spring Water"라고 하니까 온천장이라는 뜻이니 적어도 가뭄으로 다 타버린 코스는 아니겠다 싶었다. 우리의 티타임은 오전 10시 10분이었고, 가격은 인당 $85이니까 주말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는 가장 비싼 골프장이다. 실은 기다리다보면 프로모션 요금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몇주전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정가 $95에서 저거 밑으로는 떨어지지를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좀 내리지만 가서 취소할 수도 있겠고, 미국에서는 대개 가격 = 가치의 등식이 성립하므로 우리는 그만큼의 기대를 품고 떠났다. 저 사진처럼 가는 길 내내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는데 가뭄 해갈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하필 오늘이냐 하늘을 원망하며 간다. 나파밸리를 관통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보니까 주변은 온통 목장과 포도밭인데 다음에는 아예 이쪽으로 숙소를 잡아볼까 생각도 들은 멋진 풍광이라 운전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도착해서 1번 홀로 나가보니 좀 쌀쌀하긴 해도 비는 거의 그쳐서 시간과 날짜를 잘 잡았구나 했다.

카지노 코스는 일단 어마어마한 풍광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많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여기는 좀 편안하다. 나는 Donald Ross나 잭니클라우스 코스에서는 웬만하면 잘 쳐지고 결과적으로 스코어도 좋다. 가령 Pete Dye 코스에서는 아무리 티박스를 당겨놓고 쉽다고 해도 뻔히 저기 보이는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지 못하니까 약간은 멘탈의 문제인 것이다. 확실히 페어웨이가 넓게 보이니까 티샷도 똑바로 잘 날아가준다. 모처럼만에 계속 공이 잘 맞아준 날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가뭄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질 정도로 잔디의 상태가 좋다. 워터해저드에도 물이 가득한 것이 오늘 새벽에 조금 내린 비 덕택만은 아닐 것 같다. 새크라멘토에서도 가깝고 카지노가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올텐데도 페어웨이는 깨끗하고, 그린도 깔끔하다. 겨울이지만 누런 구석도 없고, 빠르게 잘 굴러가는 그린이어서 아무래도 공치는 입장에서는 최고다.

Yocha Dehe의 인상은 어렵지만 재미있고, 삭막하지만 아름다운, 좀 상반된 느낌이었다. 페어웨이는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듯 부드러웠고, 러프는 말 그대로 러프였다. 적당한 높이로 깎아놓아서 공은 잘 보이는데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한 벌을 톡톡히 받아야 한다. 그린도 비교적 부드럽게 공을 받아주면서도 본 것과는 정반대로 흐르기 일쑤였고, 느린 것처럼 보였지만 잘못 친 공은 한없이 굴러서 바깥으로 떨어져버린다. 때가 11월이니 분명 피크시즌은 아닐 것인데도 이정도니 제대로 관리되었을 시기에는 얼마나 근사할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모든 홀들이 다 근사했지만 후반은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13번 홀은 포도밭 사이로 길게 쳐야만 하는 (빽티에서는 250 야드!) 파 3였고, 15번 페어웨이에는 가운데에 개울이 있어서 좌측으로는 짧지만 좁은 지역이, 오른쪽으로는 넓직하지만 돌아가는 식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실력과 운을 테스트하는 식이다. 17-18번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두 홀이 압권인데 특히 우측으로 물을 따라 돌아가는 18번 홀은 Yocha Dehe를 떠나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고급스런 카트나 세 홀마다 물이 준비되어 있는등 가격이 수긍이 가는 골프장이었다. 말로는 그 절경을 다 설명하기 어렵기에 이번에는 사진들을 많이 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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