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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의 이름이 참밸리 컨트리클럽이고, 주인은 "참빛" 그룹이라니 뭔가 싸구려같은 느낌이 들지만 베트남에 휘닉스 골프리조트, 중국 연길에 해란강 리조트를 소유한 회사라고 한다. 다녀온 이들의 혹평이 믿어지지 않게도 여기는 설계자가 David Dale인 18홀 퍼블릭이며, 포천고속도로가 생길 것을 미리 알고있었던 것처럼 (고속도로 끄트머리에 있음) 좋은 위치다. 매달 한번씩은 같이 골프치는 동생들과의 라운드였는데 얘네들은 주중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입장이라 매번 일요일 오전시간인데 부킹하기도 어렵지만 삼십만원 정도가 깨지는 것은 내게 큰 부담이다.
쌀쌀한 날씨에 피곤한 몸으로 새벽길을 달리려니 이제 슬슬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과 본업에 불성실해지는 느낌으로 편하지가 않다. 물론 이런 생각은 첫 홀의 티샷과 함께 사라져버리지만 골프의 재미가 일정부분 현실도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설계자만 보고 나인브릿지를 기대하면 안되겠고, 전형적으로 좁고 산자락을 따라가는 한국형 코스인데 이리 갔다가 저리로 돌아오는 식이라 뭐 대단한 것은 없다. 저렴해보이는 (멀리서 보면 무슨 종교집단의 수련원같이 생겼다) 클럽하우스에 시끌벅적 시골 목욕탕같은 라커룸은 퍼블릭다왔으나 덕택에 그린피는 주말임에도 저렴. 그런데 동반자들은 연신 욕을 해가며 고생하지만 내게는 최고의 코스였다. 똑바로 180 미터만 티샷을 보내면 숏아이언이나 웨지로 온그린이 가능하니 스코어도 좋았다. 파 3를 비롯하여 몇몇 홀들의 티박스는 매트였으나 그린만은 깔끔하게 깎여있어서 잘 굴렀다. 맘에 들었던 다른 한가지는 오르막 홀은 파 3 말고는 없었다는 점인데 언덕을 넘어가는 드라이버샷은 언제나 힘이 들어가고 결과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처럼 또박또박 끊어가는 이에게 특화된 구장이어서 장타자를 데려오면 그는 멘붕, 반대로 나는 힐링하겠구나 그런 골프장. 물론 삼십만원을 들일 가치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