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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나는 한국사람이고, 한국에 사는데 미국 골프장들만 다니는 것처럼 글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골프치러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나라 골프비용이 너무 비싸서 요새는 좀 자제하고 있다)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하는 일이 많고, 어쩌다 외국에 나가면 미친듯이 (하루에도 여러 곳을) 다니니까 글로 남길 일이 많을 뿐이다. 해서 오랜만에 국내 골프장에 방문한 후기를 적게 되었다. 예전에 떼제베이스트 cc로 불리던 (청주 근방에 떼제베 cc랑 같은 회사였음) 골프장으로 에덴/벧엘 코스였던 이름은 아직도 그대로라서 주인이 (무슨 교회라고 들은 것 같음) 바뀐 것은 아닌 모양이다. 망해서 청산하고, 새로운 회사가 인수했으나 주인이 그대로라면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속내는 알 도리가 없다. 회원권만 날려먹은 기존 회원들이 불쌍할 뿐인데 이런 식의 스토리는 이제 흔한 얘기지만 이래서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회원제 골프장은 불가능할 것 같다. 아무튼 남안동 cc는 청주 떼제베 cc와 마찬가지로 사토 겐타로 (佐藤謙太郎) 설계인 18홀 골프장으로 싸다고 무시할 디자인은 아니다.
서울에서 9시경에 출발해서 남안동 ic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오랜만의 안동 방문이라 길이 시원시원하게 잘 만들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괜찮은 고등어구이 식당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골프장이 나온다. 점심식사후 골프장으로 갔는데 한산한 클럽하우스에 비해 스타트 광장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4월초의 골프장에 오면 한해에 대한 기대로 상기된 골퍼들을 만나는데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골프칠 시기가 짧은 우리나라지만 이맘때면 다들 기대에 찬 표정이다. 잔디도 살짝 초록물이 들어서 다행이지만 한달만 더 늦게 왔다면 훨씬 아름다울 풍광이다.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산세 사이로 페어웨이가 만들어져 있으며, 티박스에서는 약간 부담스럽게 보이지만 막상 가보면 쉽게 죽지는 않을 디자인이다. 산악코스 중에는 여기처럼 티샷이 부담스러워도 어프로치는 편안한 식이 있고, 마음껏 질러보지만 그린 근처에서 타수를 다 까먹는 식이 있는데 내 기준에는 후자가 더 즐겁지만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내가 꼽는 최고의 홀은 15번 홀인데 오르막 롱홀이지만 페어웨이 옆으로 보이는 맞은편 산세가 엄청나서 마치 뉴잉글랜드 어디쯤인가 착각할 정도. 그린피 등의 결제가 현금으로만 가능해서 남안동 cc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에 지루할 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