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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에 선운산 cc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였다가 지금은 골프존카운티 산하의 퍼블릭이 된 이 골프장은 선운산 도립공원이라는 천혜의 환경에 자리잡았긴 하지만 원래 평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페어웨이가 좁은데다가 비슷비슷한 홀들의 연속이라 지루하다는 것이 예전에 가봤다는 모씨의 조언이었는데 일단 가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나는 스크린골프를 거의 치지 않지만 다니는 GDR 연습장에서 9홀 플레이가 가능해서 몇번 쳐보면 비교적 짧고 단순한 홀들의 연속이라 스코어는 일단 좋게 나온다. 설계자가 누구인지도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가 없었는데 구글링을 해보면 어디에는 Gary Roger Baird라고, 어디는 또 송호 씨가 선운레이크밸리 (아마도 여기의 예전 이름인듯) 골프장을 디자인했다 그런 글도 찾을 수 있었는데 그랬으면 떳떳하게 설계자를 홈페이지에 내걸었을테니 아마 아니겠으나 아무튼 대충 만든 코스는 아닐 것 같았다. 연휴를 이용해서 은사이신 신** 선생님을 모시고 일박이일로 다녀오게 되었고, 목천 ic 공영주차장에서 만나서 차 한대로 이동한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전형적인 골프존카운티 퍼블릭이었다. 그래도 좋은 날씨에 조경이 아름다와서 기분이 좋다. 선운/화시 코스로 불리는 순서인데 시작하는 선운 1번부터 비교적 짧아보인다. 산사태를 막을 목적인지 산자락에 보호막이 둘러진 것이 좀 거슬릴 뿐. 전반적으로 짧고,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나름 생각해서 디자인해서 공략하는 맛도 있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화시 7번에서 9번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게 재미있는 홀들이어서 다시 돌아가서 쳐보고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자꾸 훅이 나는 바람에 공을 몇개 잃어버리면서 고생했지만 장거리를 내려온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공이 안맞았을 뿐, 코스는 아주 맘에 들었다. 내 스코어가 별로였지만 골프장이 어려워서도,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좋은 날씨에 캐디도 일을 잘했고, 프론트의 직원도 친절했다. 불만도 당연히 있었는데 휴일 오후라고는 해도 너무 팀이 많았다. 매 홀마다 티박스에 두세팀이 대기했고, 중간에 그늘집에서는 30분이 넘게 쉬었다. 라운드를 마치고는 고창 시내에서 한정식을 먹었는데 이쪽 동네는 (좋은 의미로) 마치 일본의 소도시에 온 느낌이었다. 거리가 한산하고 깨끗했는데 방문한 시기가 좋았던 것인지 코로나 때문에 공기가 맑아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은 조양관은 서울에도 분점이 있지만 역시 본점이 훨씬 나았다. 전라도 답지않게 간이 세지 않은 반찬에 재료가 좋아서인지 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