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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우리나라의 (몇 없는) 시사이드 코스중에 제일 낫다고 하는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를 목포에서의 미팅을 핑계로 가보게 되었다. Gary Roger Baird와 David Dale이 함께 설계한 27홀 골프장이고, 우리가 도는 코스는 파인/비치의 회원제 18홀이다. 이 두 설계자들의 코스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번 경험했으므로 대충 알겠는데 샷을 시험하기보다는 주변의 경관과 조화로운 아름다운 코스를 추구한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해남의 끝자락 바닷가에 있지만 목포 시내에서라도 한시간이면 간다 (물론 목포까지 가야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SRT 덕택에 수서역에서 2시간 거리). 남도 끝자락의 4월말은 이미 여름이 왔나싶게 따뜻하고 화창하다. 광고에 종종 등장하는 명실상부한 파인비치의 시그너처 홀은 비치코스 6번이다. 바다를 넘어가는 파 3 홀인데 여간해서는 온그린이 어렵지만 색다른 경험이다. 우리나라 골프의류 광고의 대다수는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에서 촬영되던데 반면 파인비치는 드라마에 등장한 바는 있으나 tv 광고로는 드물게 접한다. 사진빨이 좀 떨어져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페블비치나 Half Moon Bay에 비할 바는 아니나 파인비치의 경치도 (옹기종기 섬들과 양식장으로 가득한 바다라 다분히 한국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아침일찍 파인코스로부터 출발한 우리는 바다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산악지형 골프장을 돈다. 푸른 잔디에 좋은 날씨라(미세먼지 예보가 "나쁨"이었지만 사진에서 보듯 느껴지지 않음) 불만은 없었는데 드디어 바다를 접한 것은 파인코스 7번홀부터다. 파인 8번은 저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티샷을 하는 파 3 홀인데 뿌연 하늘이 아쉽긴 해도 사진에서만 봐왔던 페블비치 분위기가 나고, 내 평가로 Half Moon Bay 수준은 된다. 이런 홀에서는 좀 밀리기 마련인데 사진찍고 어쩌고 하다가 골프장에서는 역시 골프를 잘 쳐야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턱없이 짧은 샷으로 푸닥거리다보니 대체 어떤 홀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후반인 비치코스에서는 바다를 끼고 돌았으며, 다들 시그너처 홀이라고 하는 파 3 180미터인 비치 6번에서는 과감하게 5번 우드로 원온. 이 샷만으로도 멀리 해남까지 온 보람이 있다 (실은 우리 4명이 모두 온그린에 성공했는데 다른 3개의 파 3 홀들에서는 그린에 공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잔디의 상태도 경치에 뒤지지 않게 최고였다. 반면 어쩐지 어리숙하고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프론트 직원들과 캐디는 여기가 남도 끝자락이라 그렇겠거니 했다.
이번이 기차 (SRT)를 타고 처음으로 골프치러 가본 것인데 사실 좀 걱정을 했다. 지방에 가자면 늘 비행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기차 안에서 골프채를 어디에 둘 것이며, 무엇보다도 수서역까지 짐을 들고갈 일이 막막했다. 예전에 서울역에서 보면 당당하게도 지하철로 골프백을 가져와서는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힘겹게 들고가는 이들이 있던데 소심한 성격이라 나는 저러지 못하겠다 그랬던 탓이다. 결국 한 정거장의 거리를 택시로 갔고, 하차장에서 열차 플랫폼까지 누가 볼새라 종종걸음을 걸었다. 알고보니 골프채 택배도 있더라마는 적어도 몇일전에는 부쳐야한다니 바로 전날에도 골프를 쳤던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튼 집에서 십분만에 수서역으로 가서 두시간만에 목포역, 그리고 택시로 이동한 동선은 생각보다 스무스해서 (아주 잠깐의 쪽팔림만 감수한다면) 다음에도 열차를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다. 또다른 소감 하나를 들자면, 내 인생에서 목포라는 동네를 처음 가본 것인데 기대에 비해서는 시골 항구도 아니요 대도시도 아닌, 좀 어정쩡한 동내였다. 초행길에 제대로 된 식당을 찾지 못해서였는지 네이버에 의존해 찾아간 식당은 서울만큼 비싸고 맛은 그저 그랬다. 숙소인 호텔현대 목포는 주변에 조선소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여행객을 받을 목적으로 지어진 호텔이 아니었다. 단 한번의 방문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목포의 식당에 대한 내 첫인상은 별로인데 다만 하당인가 하는 동네의 분위기는 좋았던 편이었고, 택시기사나 식당에서 마주친 종업원들은 아주 친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