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름부터가 Jack Nicklaus Golf Club Korea (JNGCK)니까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PGA 챔피언스투어 경기가 열렸었고 2015년에 프레지던츠컵을, 2018년에는 LPGA 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가 열렸으니 대단한 코스인 것도 인정. 회원이 동반하지 않으면 아예 라운드는 꿈도 못꾸는데 그렇게 폐쇄적이고 비싸다고 다 명문이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부킹을 위해 회원권을 구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재산의 증식이나 부의 과시를 위해 컨트리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거의 없을 시대다. 모르긴 해도 여기 회원의 대다수는 접대를 위해서 혹은 법인 명의로 회원권을 구입했을 것이니 (JNGCK의 주인은 포스코라고 한다) 자기 분야에서야 나름 잘나가는 명사들이겠으나 그렇다고 그 골프장이 명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뭐 그렇게 비비꼬아서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잭니클라우스에 한번 와봤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생각했어도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그랬을 뿐 절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실은 여기 회원이신 모 선생님께 저 좀 데려가주세요, 어 조만간 한번 부르마~ 이런 대화를 나눈 지 해가 넘어가는데 우연히 만난 다른 분께 이런 얘기를 했더니 어라? 나도 거기 회원인데요 평일이라면 한 팀 잡아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고마운 말씀을 하셔서 이루어졌던 라운드다. 스타터 부근에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어서 보니까 연습볼은 놓여있지만 이게 뭔일이냐 싶게 딱딱한 고무매트가 깔려있었다. 이정도 수준이로구나 약간 실망했지만 모처럼 진한 초록의 양잔디를 만나니 아무튼 신이 났었다.
이미 국내에도 잭니클라우스 설계의 코스가 많은데 대개 산악지형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블루마운틴 (지금의 세이지우드 홍천)이나 가평베네스트를 여기와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굳이 언급하자면 청라 베어즈베스트가 비슷한 파크랜드 스타일이고, 스카이72 오션코스도 떠오른다. 나야 물론 미국에서 그의 코스를 여럿 돌아보았으니 대충 어떤 식인지는 알겠는데 티샷보다는 세컨 혹은 써드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부분에서 스코어가 차이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매립지에 경치를 따질 일은 아니겠으나 신도시의 마천루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한편, 저 건물들이 없고 그냥 지평선 뒤로 푸른 하늘만 보였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했음). 또 들었던 생각이 5인용 카트를 타고, 캐디를 쓰고 하는 골프장인 것은 그렇다 치는데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게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고급스럽고 익스클루시브한 곳이니 그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다고 보는데 아니면 반대로 걷는 옵션도 선택할 수 있었어야 했다. 여느 잭니클라우스 코스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그린에 공을 올리는 일이 가장 버겁다. 넓지만 긴 페어웨이 끝자락에 간신히 공을 올려놓고 우드냐 하이브리드냐, 아니면 끊어갈까 생각하려니 얼마전 다녀온 캘리포니아의 Coyote Creek 생각이 났다. 공이 잘 안맞기 시작하면 하루가 괴로우니 끊어가는 게 상책이다. 러프도 당연히 피해야 하는데 길게 자라있어서 공이 파묻히는 탓도 있으나 언덕으로 페어웨이를 둘러싸는 식의 러프라서 좋은 라이가 아니다. 그럭저럭 공을 쳐가며 도달한 14번 홀이 내게는 시그너처 홀이었는데 페어웨이가 좌우로 나뉘어져 있으나 투온을 기약할 좌측 페어웨이까지는 화이트티에서도 240 야드는 가야하므로 내게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고, 우측 페어웨이로 해서 쓰리온이 최선이었다. 물론 가격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이외의 홀들도 다 아름답긴 했다. 즐거웠던 기분이 비용을 계산하면서 싹 달아나버렸으니 비싼 가격을 고려하자면 흡족한 경험은 아니었다. 외국인도 종종 올텐데 매트가 깔린 연습장에 카트패스 온리, 무조건 캐디를 써야하고 걷는 옵션은 없는 골프장에 점수를 얼마나 줄까 궁금하다. 골프를 자주 치니까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직 쌀쌀한 시기임에도 잔디의 상태는 완벽했으나 한번 와봤으니 되었다 정도로 생각하며 뒤돌아 클럽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따뜻한 날에 다시 기회가 생기더라도 (내 돈을 내고는) 선뜻 재방문의 의욕은 생기지 않는 골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