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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레이캐슬

hm 2020. 6. 20. 20:31

세종시에 새로 개장한 레이캐슬 리조트를 방문했다. 서울에서라면 백키로 운전해야하니 사실 먼 곳인데 매년 두세번씩 같이 골프를 치는 지인들이 한분은 대구에, 한분은 대전에 살기 때문에 늘 충남 어딘가로 부킹을 하고 했었다. 레이캐슬은 모 건설회사가 주인인 27홀 퍼블릭으로 코스의 이름은 세종/레이/캐슬이며, 설계는 김인구 씨라는 분이 했다고 한다. 좀 낯선 이름이긴 한데 한때 김명길, 송호 씨들과 함께 일하던 분이라고 한다. 이 골프장은 신생이긴 한데 벌써 고급지고 관리상태가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났다. 다만 내 경험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설계자는 코스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긴 전장에 벙커나 해저드를 많이 만들어놓았을 것으로 짐작하고 갔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서부터 고습스러운 티가 났으며, 식당의 점심식사도 맛있었다. 더운 날씨라 반바지를 허용하는 것도 다행.

이날 우리가 돈 코스는 레이/캐슬의 순서였다. 티타임 간격이 10분이라고 하며, 잔디의 관리상태도 보통을 넘어보여서 근래에 생긴 골프장들중에는 베어크리크 춘천이 떠올랐다. 좁아보이고 어려운 것은 또 증평의 블랙스톤 벨포레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페어웨이의 잔디만 다를뿐 어느 홀도 만만하게 쳐서는 안될 디자인도 비슷했다. 특징적으로 벙커나 해저드의 벽이 수직으로 깎은 식이었는데 (자세히 보면 인조잔디 매트를 겹겹이 쌓아놓았다) 관리가 어렵겠다 싶었으나 시각적으로 참신하고 아름다왔다. 티박스에서부터 그린까지가 마치 설계도에 맞춰 각을 잡은 듯 보여서 (비록 동반자들은 이게 뭐냐 불평섞인 소리도 했지만) 내 눈에는 아주 근사했다. 경기도의 오래된 골프장과는 정반대로 아주 현대적인 느낌의 코스인데 아무튼 허투루 설계하고 만든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몇달만에 친구들과 하루 즐기러 나오는 이들이라면 썩 맘에 들만한 디자인은 아닐 수도 있다.

 

나중에 세종 코스까지 가본다면 소감이 더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레이/캐슬 코스에도 기억에 남을 홀들이 많다. 내 생각에 최고로 어려웠던 홀은 레이 4번이었는데 티박스에서 절벽을 넘어 페어웨이까지 가려면 티샷이 200미터는 나와줘야해서였다 (좀 친다는 사람에게는 큰 어려움이 아닐 것이다). 비슷한 홀이 클럽모우에도 있는데 초보자라면 무조건 공 하나는 잃어버려야하는 이런 설계는 좀 심하다고 본다. 나는 간신히 페어웨이에 공을 올렸지만 거기서부터도 그린까지는 180미터 오르막이었다. 티샷을 잘하더라도 어차피 쓰리온인데 공이 빠져버린 동반자는 120미터를 남겨놓고 해저드티에서 써드샷을 하니까 한편 공평하다고 해야할라나, 친한 사람들과 소소한 내기를 한다면 이런 황당함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전반에 가장 근사했던 풍광은 내리막 페어웨이에서 아일랜드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레이 7번이라고 본다. 연못쪽으로 커다란 벙커가 있고, 거기에서 그린쪽으로 또 동그랗게 작은 벙커를 하나 더 만들어놓았는데 아마 거기로 공이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시각적으로 아름다왔다. 후반의 캐슬 코스에서는 파 3인 3번이 인상적이었는데 연못 뒤로 비치벙커를 만들어놓아서 무시무시했어도 인상적이었다. 캐슬 5번도 대단히 어려운 롱홀인데 티박스에서는 연못을, 어프로치에서는 또다른 연못과 험난한 벙커를 극복해야했고, 퍼팅을 끝나고 카트로 돌아가면서 뒤돌아본 그린의 모습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게 독특했다. 지금껏 가본 어떤 골프장과도 닮지 않은 코스라서 나는 설계자인 김인구 씨라는 분을 앞으로 주목하기로 했다. 다 끝나고 스코어를 보니 참담했지만 정말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기에 조만간에 다시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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