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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프리스틴밸리

hm 2020. 6. 19. 21:04

내가 가평베네스트를 워낙 좋아하는터라 그동네 골프장은 다 훌륭할 거 같은데 프리스틴밸리는 의외로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경춘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워낙 접근성이 나빴기 때문인데 2014년 여름에 갔다가 짙은 안개 속에서 18홀을 쳤었다. Douglas Nickels와 송호 씨가 설계를 했다는데 어디선가 읽은 송호 씨의 글에서는 당시는 아직 젊던 시절이라 어렵게 만들면 좋은 코스라고 생각했단다. 내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는 골프장이 쉬운지 어려운지 구별도 어려웠을 시기였고, 저런 안개 속에서의 라운드라 코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다만 아름다왔다는 첫인상은 남아있는데 입지가 워낙 좋아서 그럴 것이다. 근처에 청평 마이다스밸리도 있고, 조금 내려가면 (두어번 가봤던) 아난티 서울도 있는데 다들 좋다고 소문난 골프장들이다. 촉촉히 젖은 그린이 생각보다 빨랐고, 캐디의 서비스나 진행 모두 만족했던 곳인데 희안하게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6월 중순의 일요일에 가는데 경춘고속도로의 정체를 걱정하여 일출 직후인 6시반으로 티타임을 잡았지만 한편 또 안개가 자욱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하면서 간다.

예전에 비해 실력이 나아졌을 것이므로 좀 잘치겠지 생각으로 간다. 시작하기 전에 살짝 비가 왔으나 오히려 덕분에 안개가 일찍 걷힌 모양이고, 한편 생각보다 시원했다. 프리스틴밸리는 비교적 트인 조망에 비비 꼬아놓은 홀이 없어서 편안해보이지만 지형과 울창한 숲이 여간해서는 파를 잡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우리는 밸리 코스로 시작했는데 양쪽 코스가 모두 내리막 파 5로 시작하는 것도 이 골프장의 특색이다. 개인 날씨에 보니까 의외로 시그너처 홀은 밸리 2번부터 나타난다. 물을 넘겨 땅콩 모양의 그린으로 치는 내리막 파 3 홀인데 벙커를 넘길 생각보다는 안전하게 우측으로 겨냥, 그러나 공이 밀려맞으면서 운좋게 온그린해 파를 잡았다. 이어서 3, 4번까지가 커다란 호수를 따라가는 홀들인데 역시 가평의 산자락이구냐 싶게 멋지다. 정확하게 설계자가 의도한 위치로 보내야만 버디를 노려볼 수 있는 밸리 5번의 경우에는 티박스에서는 좌측에 보이는 페어웨이보다 우측으로 계곡을 넘기는 용기가 필요했고, 거기서 세컨샷은 다시 좌측의 언덕을 넘겨야 그린 근처로 도달할 수가 있으니 매우 도전적인 타겟골프였다. 반면, 이 홀에서도 보기플레이가 목표라면 티샷의 부담감을 제외하고는 안전하게 네번으로 잘라갈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잘 만든 홀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후반인 프리스틴 코스도 마치 데자뷰인가 싶게 비슷한 구성이었다. 4번 홀부터 자칫 망가질 수 있는 어려운 홀들이 연속되다가 차츰 편안해지고, 마지막 홀에서는 긴 비거리와 정확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프리스틴 9번의 티박스에서 바라본 경치가 꽤 근사해서 우리처럼 밸리/프리스틴의 순서도 도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안개낀 새벽의 날씨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서인가 오랜만에 백돌이 골프를 쳤지만 그저 내 기복심한 실력 탓이지 프리스틴밸리 코스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했다. 소위 (우스갯소리로) 골프 3락의 하나라고 하는, 반대편 차선이 대단한 정체인 귀성길을 목격하면서 일찌감치 서울로 돌아와 식사하고 헤어진 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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