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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신문에서 읽었던 어느 서평에서 요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하는 조언들이 나왔다 (영화를 보지 않고 유튜브에서 요약설명만 보고마는 것처럼 책을 읽기보다는 서평을 보는 세상이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자는 몇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시간맞춰 나타나라,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고 말해라 등의 설마 이런 것까지? 싶은 조언을 한다. 덧붙여서 좌절을 겪더라도 부모 탓을 하지 마라, 심지어는 직장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부모님을 모셔오지는 말라는 얘기까지 한다. 설마 싶겠지만 이미 오래전에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는데 갓 들어온 후배에게 뭐라고 좀 했더니 몇일뒤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직장으로 찾아와서는 우리 아이가 아직 부족하니 잘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일이 있었다. 이후의 사연을 다 말할 것은 없겠고 아무튼 당시의 후배 (이자 제자)가 어느덧 성장해서는 골프 한번 모시겠습니다 해서 잡은 날이니 감회가 새로왔고, 한편 그래서 선배님 접대랍시고 잡은 골프장이 포레스트힐이라니 나같으면 이런 곳을 부킹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며 속으로 웃었다. 요새 골프장 부킹이 워낙 힘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수혜자인 포천힐스 등과는 달리 (비록 두 골프장이 거의 붙어있지만) 서울에서 가려면 여전히 진접을 거친 국도를 달리게되는 포레스트힐은 Rock/Hill 코스로 이루어진 18홀에다가 6홀짜리 (Forest 코스라고 부르는) 노캐디 퍼블릭까지 딸려있으면서 코스를 3부로 쉼없이 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규홀 Rock/Hill 코스를 몇번 가봤던 기억으로는 전형적인 산악지형에 전장이 길어서 쉽지 않았으나 공이 나가버리면 해저드티가 그린에 가깝게 있어서 스코어만 그럭저럭 나왔던 구장이다. 오직 박리다매로만 승부하는 탓에 부킹이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하고, 티타임을 잡을 수만 있다면 요사이 우리나라의 (미친) 골프열기에도 주변 골프장들에 비교해서 단돈 만원이라도 싸다. 그래도 포천에서 가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줄기에다 김학영 씨의 설계라서 아주 엉터리 골프장은 아니었고, 어차피 여기 운영진도 명문 소리를 듣고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Rock 코스로 시작했는데 시작이 파 5였고,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Hill 9번도 화이트티에서도 (오르막) 560미터 롱홀이었다. 이렇게 시작과 끝, 두 홀이 포레스트힐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보는데 공략이고 뭐고 없이 실컷 치고가라는 뜻으로 보였다. 파 4 홀들도 전반적으로 길고, 오르막이 많아 힘이 들어간다. 이런 골프장에서는 보기를 목표로 치는 것이 정답인데 또박또박 잘 잘라가도 쓰리온, 공을 잃어버리고 해저드티에서 올려도 쓰리온이다. 페어웨이나 그린의 잔디상태는 괜찮아보였으나 3부제로 쉴틈없이 돌리는 퍼블릭답게 많이 느렸다.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홀들을 꼽자면 우선 내리막에 그린 앞으로 노출된 바위와 벙커가 무시무시한 Rock 6번과, 저멀리 산세를 배경으로 무조건 멀리 쳐야하는 Hill 6번과 9번이다. 코스의 디자인이나 관리상태보다는 입지가 워낙 좋다. 코스 뒷쪽에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치다. 보기플레이를 목표로 하면 즐거울 코스인데 세컨샷이 무조건 아이언으로는 올라갈 거리가 아니다보니 우드를 꺼내들었다가 낭패를 겪었다. 레이업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렇다고 100미터 이내의 어프로치가 핀 가까이 붙어주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주 즐겁게 치고는 왔는데 울퉁불퉁한 티박스와 웃자란 페어웨이 잔디는 좀 관리를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홀마다 앞에 한두팀씩 대기하는 상황은 이해는 가지만 힘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