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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폐쇄적인 골프장은 아니지만 선뜻 재방문의 기회가 적었던 휘닉스 컨트리클럽을 몇년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쌩초보 시절에 고개를 저으며 돌아나왔던 곳이라 코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도 산세가 무척 아름다왔던 것은 생각난다. 아마 여기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생긴 Jack Nicklaus 코스일 것인데 20년이 지나도록 리노베이션 한번도 없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회원은 부킹 자체가 힘들었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요즘 부킹사이트 등에 (착한 가격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덜컥 잡아놓고는 동반자 구하기에 애를 먹었다. 평창을 어떻게 당일치기로 가냐 너무 멀다는 이들에게 여주 어디쯤 가는 시간에다가 30분만 더하면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런데 정말로 (길만 막히지 않으면) 강남에서 두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몇일전에 다녀온 세종시의 레이캐슬도 백킬로, 여기도 백킬로가 약간 넘는데 아무래도 충청도와 강원도의 느낌은 좀 다르겠다.
처음에 생길 당시에는 엄청난 코스였겠으나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잭니클라우스 코스가 많이 생겼고, 모방한 디자인도 흔해서 상당히 익숙하게 보인다. 특히 레이크 코스를 시작하는 10번과 11번은 커다란 호수를 돌아가거나 질러가는 식인데 송도의 잭니클라우스에서도, 세이지우드 홍천에서도 비슷한 홀들을 경험한 바 있다 (아마 11번 홀의 티박스에서 내려다보면 엇 이거 어디에도 비슷한 경치를 보았는데? 할 것이다). 이렇게 호수를 중심으로 홀들을 배치하는 것이 잭니클라우스의 취향인 모양인데 이렇게 산악지형에서는 저멀리 산세와 페어웨이의 초록의 대비가 정말 아름답다. 아마 가을에 단풍이라도 들면 더 근사할 것이다.
아름다운 만큼 보기보다 어렵기도 한 것이 잭니클라우스 코스의 특징이다. 내리막 샷보다 오르막에서 쳐야하는 홀들이 많고, 그린을 바라보면 대충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 짐작이 가지만 막상 쳐보면 그쪽이 아니었구나 하도록 그린 주변이 어렵다. 마운틴 코스가 그저 어렵다면 레이크 코스는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어렵지만 정말 근사하네 생각이 들도록 디자인되어서 마운틴/레이크의 순서로 도는 것이 이 골프장의 매력을 100% 이해할 길이다. 물론 위에도 적었듯이 요즘 우리나라 신생 골프장들에서는 비슷한 홀들이 많이 생겼다. 좌측으로 크게 돌아가면서 티샷의 비거리에 따라 도전이나 안전을 선택하도록 하는 17번과,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물을 넘겨 어프로치하는 18번은 이제 꽤나 흔한 레이아웃이 되어버렸다. 하필이면 KLPGA 드림투어 대회가 열리는 시기라 그린도 무지 빨랐다. 그린피는 저렴했지만 카트비는 팀당 십만원에 캐디피는 여전히 13만원인 것은 (그늘집 아이스커피도 만원) 좀 황당. 아무튼 처음에는 먼 곳으로 잡았다고 투덜거리던 동반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고, 좋은 날씨와 착한 그린피에도 만족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