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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부곡

hm 2022. 6. 2. 22:28

대체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경상남도에서는 하루 이상을 자본 적이 없음) 어려서부터 "부곡하와이"라는 곳을 알고 있었고, 가본 적은 물론 없으나 뭔가 근사한 유원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1972년에 경상남도 창녕에 온천이 발견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워터파크가 조성되었는데 이름을 하와이라고 지은 까닭은 모르겠으나 한때 대단한 인기 관광지였다가 결국 2017년에 폐업했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에 18홀 회원제 골프장이 있는데 1991년에 개장했다니까 나름 오랜 전통의 회원제 부곡 컨트리클럽이다. 창원에서의 이틀째,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설계자를 찾을 수 없는 이 골프장을 부킹했다고 해서 나는 뭐 새로운 코스를 가보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쪽 출신인 동반자들은 이십년만에 가보네 어쩌고 추억에 잠기는 모양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전국 회원제 골프장들 중에서 영업이익률 탑을 찍던 곳이라니까 뭔가 기대반 걱정반으로 가는데 나같은 코스콜렉터에게는 그저 새로운 코스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제의 아라미르와는 정반대로 산속에 자리잡은 골프장인데 오래된 골프장답게 주차장이 협소하여 무조건 발렛파킹에 클럽하우스는 인천국제서울한양이 떠오르게 낡았다. 스타트하우스 식당만은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했고, 거기서 바라본 코스는 조선잔디 페어웨이와 투그린 시스템으로 계곡 사이를 지나가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올드코스의 모습이다. 바닷가 모래사장과 산속 온천은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호불호의 영역이겠지만 나는 힐링하는 기분이라 이쪽이 더 나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더라도 부곡 cc는 평균 이상의 코스라는 생각이다. 동코스로 시작하면서 보니까 내리막 파 5인데 좌도그렉에 티샷이 떨어질 페어웨이가 좁아보여서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모든 홀에서 양측이 다 오비입니다 이렇게 캐디가 말하는데 OB 티가 워낙 좋은 지점에 있어서 나간 공 아쉬워마시고 보기라도 하세요 수준이다. 물론 내기가 아니라면 티샷을 한번 더 치고 나가는 편이 좋겠고, 작고 경사가 심한 그린도 어려운 편이다. 아무튼 나만 공이 살아서 파, 다른 셋은 모두 오비를 냈으나 첫번째 홀은 올파로 합시다 이러면 갑자기 다들 즐거워한다. 이어지는 홀들도 산기슭을 따라 진행되어 좁게 느껴질 뿐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린 주변에 온그린을 방해할만한 벙커나 장애물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티샷이 살면 무난하게 파를 잡는다. 경험상 이런 식의 올드코스에서는 오늘 라베하겠네? 하다가 오비내고 트리플, 양파가 한번씩 튀어나와서 대충 핸디를 맞춰간다. 밋밋한 홀이 거의 없었고, 홀들이 모두 제각각으로 재미있었던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이다. 이 산중에도 연일 풀부킹이고, 3부까지 돌린다니 페어웨이의 잔디가 듬성듬성했던 것과 몇몇 홀에서 매트 티샷을 했던 것이 아쉬웠을 뿐 즐겁게 보낸 한나절이었다. 우리는 김해공항으로 해서 창원에서 자고 갔지만 다음에 혹시라도 다시 간다면 대구를 경유해서 가도 좋을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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