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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

에덴블루

hm 2023. 7. 23. 05:02

경기도 안성의 에덴블루는 예전부터 예쁘고 짧고 그러나 좁아서 어려운 우리나라 골프장의 전형이라고 들어온 곳이다. 좋다고 소문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떨어지는 곳도 아닌데 나는 이번이 서너번째 방문이고, 희안하게도 잔디가 누런 시절에만 오다가 드디어 초록의 시절에 방문한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골프코스를 설계한 미노 요시야끼 (美濃吉昭) 선생"이 설계했다고 나와있다. 떡하니 머리 희끗한 노인네 사진과 싸인도 걸어놓았으니 실존인물은 맞을 터인데 막상 그가 설계했다고 나와있는 Tojo 골프클럽이나 Higashihirono cc 등을 찾아보면 가토슌스케 선생이니 Robert Trent Jones니 그런 사람들이 설계했다고 자랑스럽게 적어놓았으니 어쩐 일일까? 내 지식이 일천하니 사연을 더 파고들 수는 없지만 나중에 오렌지이엔씨 홈페이지에서 에덴블루 증설에 참여했다는 글귀를 보았으니 결국은 국내 설계자가 만들지 않았을까? 밸리, 레이크, 마운틴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코스의 레이아웃을 짐작하게 해주는 그런 27홀 골프장이다.

실은, 이번에 오랜만에 장기간의 휴가를 얻은 참이라 할일없는 평일에 급조하여 어찌어찌 멤버를 모았다. 직장에 매인 몸들이라 평일 오후에 팀 하나를 모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인심은 잃지 않았던지 여기저기 카톡을 돌리다보니 가능했다. 이 골프장의 위치가 골프클럽 안성 Q 바로 옆인데 가는 길은 더 돌아가는 느낌? 일죽 ic 나가서 바로 아랫쪽의 충북 음성군 골프장들과도 가까우니 경기도의 끝자락이다. 그리고 요즘에도 골프장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거나 성수기 수준의 가격이지만 그래도 여기는 착한 그린피로 쉽게 부킹이 되었다. 클럽하우스는 연식에 비해 더 낡아보였고, 무더위에도 시끌벅적했다. 이날 우리는 레이크/밸리의 순서. 비 예보가 있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덥기만 했다. 레이크 코스의 첫 홀로 나가보니 역시나 한쪽은 오비, 반대편은 해저드인 코스다. 거기에 커다랗고 심하게 구겨놓은 그린은 이제 우리나라 골프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주말에도 빡빡하게 라운드가 예정되어 있으니 연습을 위한 라운드라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그런데 이런 산악코스는 산의 한쪽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나오기 때문에 적절히 드로우나 페이드로 티샷을 할 수만 있다면 꽤 좋은 위치로 공을 가져다놓을 수 있는데 왼손잡이에다가 드로우만 줄창 쳐대는 내 입장에서는 산을 오른쪽으로 돌게 되어있는 이 코스가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대로 언덕에 쳐박혀서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겠지만 주말을 앞두고 티박스를 앞으로 당겨놓은 덕택인지 거리로 고생할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산쪽은 높고 반대쪽으로 갈수로 낮아지는 페어웨이에서는 무조건 높은 쪽으로 겨냥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우리 한국의 골퍼들에게는 익숙한 경험이다. 어떤 곳은 무성하고 어떤 곳은 맨땅이 드러난 러프는 좀 곤란했지만 페어웨이를 벗어났으면 그 댓가를 치러야하는 법이다. 다행히 7월의 조선잔디는 공을 잡아먹거나 하지는 않는다. 에덴블루 어땠어요? 누가 묻는다면 나라면 한번 가보세요 권할 것 같은데 뭐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를테니까... 훌륭한 회원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상냥한 캐디도 맘에 들어서 굳이 나쁘게 얘기할 구석도 없는 골프장이다. 특히 예쁜 풍경을 선호하는 골퍼라면 안성의 골프장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원한 물로 땀을 씻어내고서 근처 고기집에서 배를 불리면 오길 잘했다는 만족감이 드는 날이었다. 처음에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때 세차를 맡겼는데 정말 이렇게 깔끔하게 차 구석구석까지 닦아주는 곳도 처음이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어두워지는 고속도로로 차를 운전해서 귀가하면서 내일도, 모레도 시간이 비었는데 어디 조인이라도 알아볼까나 상상하는 일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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