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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힐마루에서의 첫번째 라운드는 (시그너처 코스의 부킹에 실패하는 바람에) 브리즈/선샤인 코스를 돌았지만 그날 귀가하며 홈페이지를 클릭하니 몇주뒤의 오후2시에 이쪽 티타임을 하나 잡을 수 있었다. 3주전 월요일 오전 9시가 땡하면 티타임이 열리는 식인데 좋은 시간대는 순식간에 사라지므로 운도 좋았지만 오후 2시 이후에는 가격도 저렴해진다. 이름 그대로 (하이엔드 프리미엄) 시그너처인 18홀 코스도 역시 송호 씨가 설계하였으며, 원그린에 조경도 조금 더 신경썼다고 한다. (네스트 코스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브리즈/선샤인 코스에서 워낙 감동했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치가 높기도 했다. 얼마전 다녀왔다는 동반자의 말로는 길지 않은 전장이지만 그린이 크고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요즘 우리나라 골프장 설계의 트렌드인 모양. 티샷만 멀리 치면 골프 잘치십니다 환호하고, 공이 나가버리면 특설티를 이용하며, 그린에서는 쓰리펏까지만 세는 식의 골프가 언제부터 우리나라 골프계의 국룰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나는 무조건 PGA 룰로만 칩니다 그러던 이에게 파이브온에 포펏이니까 +5입니다 했더니 버럭 화를 냈던 분이 생각난다) 접대골프라면 다들 좋아할 코스겠구나 선입견을 품고서 시작한다. 아무튼 (강북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스카이 72나 웬만한 골프장들에 비해 가격이나 접근성이나, 경치마저도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을 B 코스부터 하니까 말하자면 10번부터 치는 것일텐데 시그너처라니 뭔가 더 좋을까 유심히 살펴도 크게 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잘 관리된 코스에 멋진 경치였고, 거대한 호수를 돌아가는 B 코스 9번이 시그너처 홀이라고 하지만 그전에도 멋진 홀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핸디캡 1번인 왼쪽 도그렉 오르막 B 6번이나 내리막 페어웨이로 시원스런 티샷을 하는 A 1번이 그렇다. 전반적으로 화이트티에서 짧게 세팅되었어도 B 코스 8번이나 A 4번처럼 길어서 힘든 홀들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샷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쪽 코스가 몇주전 플레이한 브리즈/선샤인보다 나은 점은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저쪽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린만큼은 국내 어디보다도 어렵고 재미있어서 퍼팅을 좋아하는 골퍼라면 천국같이 느껴지겠지만 그린까지 잘 와서는 쓰리펏이나 포펏을 하자면 멘붕에 빠질 분들도 있겠다. 이렇게 커다랗고 굴곡이 뚜렷한 그린에서는 퍼팅의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데 오히려 평평해보이면서 자잘한 브레이크가 있는 경우에 비하자면 고민해서 결정한 라인대로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는 짜릿함이 있다.

이날의 동반자들 중에 한 분은 작년 가을에 같이 운동하면서 유독 그날 못쳐서 절치부심 겨우내 맹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스크린에서는 오버파를 쳐본 기억이 없다고 하며, 이제 완성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필드에 나왔다는데 역시나 18홀 내내 왜이러지의 연속이었다. 나도 다 겪은 길이긴 한데, 두발로 설 수만 있으면 가능한 게 골프라서 그게 무슨 운동이냐 무시하는 분들도 있지만 노력이나 재능과 비례하지 않는 의외성이 사람들을 더욱 중독시킨다. 나는 요즘에 웬만하면 80대 초반을 치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안정적인 70대도 가능지 않을까, 그 홀에서 더블보기만 아니었다면 하며 아쉬워도 지금의 실력에 만족해야한다. 이러다가 다시 백돌이로 되돌아갈 수도 있고, 그분이 오신 날에는 70대 후반도 가끔 치겠으나 어디 가서 못친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 정도로 즐기려고 한다. 골프가 운동인지 놀이인지는 좀 헷갈리긴 하는데 그래도 정말 어려우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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