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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하던 당시에는 이제껏 국내에서는 보기드물던 도전적인 코스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아시아나 cc지만 주로 어렵다고 욕과 찬사를 들었던 코스는 동코스였고, 특히 동코스 좌그린이면 최악이라고들 했었다.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서코스는 실은 전장이 더 길고 아름다운데 저평가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양쪽 코스를 몇번씩 가보았지만 워낙 못치던 시절에 방문했었고, 코로나 이후로는 비회원의 부킹이 많이 힘들어져서 모처럼만의 라운드다. 요즘 (비가 엄청 오거나 무지하게 덥거나) 하도 날씨에 고생을 해서 새벽시간으로 잡았으면 했지만 이번에도 해가 중천인 11시 즈음에 티타임을 잡았다. 서코스는 아웃/인 코스로 나눠지지 않고 원웨이 진행이기 때문에 1부, 2부의 구분없이 18홀을 친다.
Ronald Fream이 속한 골프플랜이라는 회사는 유독 우리나라에다가 골프장을 많이 디자인하던데 확실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슬리 나인브릿지도 그렇고 여기 아시아나도 그렇지만 산속에다 코스를 만들면서도 보다 드라마틱한 풍광을 연출한다. 가령 서코스 6번의 페어웨이는 물먹은 휴지처럼 구불구불 울퉁불퉁해서 공을 치는 입장에서야 어렵긴 하지만 사진빨이 좋다. 그린도 커다랗고 울퉁불퉁하게 해놔서 다들 어렵다고 툴툴거리면서도 골프장 멋지네 대단하네 흡족해하며 라운드를 끝낸다. 오히려 잭니클라우스나 Robert Trent Jones 코스는 편안한데 스코어는 안나와 뭐 그런 느낌이다. Ronald Fream, David Dale의 인기는 한국인의 허세랄까 도전정신이랄까 그런 본성을 꿰뚫은 탓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도 물론 이런 식의 코스를 좋아한다. 일단 첫 인상이 우와 굉장한 골프장이구나 그렇게 된다. 다만 초록의 잔디여야 느낌이 사는 디자인이라 겨울에 누래지는 조선잔디 골프장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잔디의 상태도 좋았다. 올해도 우리나라 골프장은 최고의 호황인데 날씨도 잔디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비가 많이 왔다가 한동안 더운 날씨가 반복된다. 이를 고려하면 좀 느리긴 해도 잘 관리된 그린이었다. 나는 첫 홀에서부터 얼떨결에 버디를 잡았는데 골프를 레크리에이션으로 보느냐 심각한 스포츠로 보느냐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관점이라는 것도 첫 티샷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진다. 첫 홀을 잘 넘어가면 혹시나 하는 기대로 약간 진지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에서보다 아시아나 cc의 경치가 무척 괜찮다. 원웨이라 중간에 쉬는 시간없이 순조로운 진행이다. 서코스에서는 내리막 파 3인 16번 홀이 시그너처 홀인데 이어지는 파 4, 파 5 홀들이 꽤나 어려워서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