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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골프장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인지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되는 샤인빌파크 컨트리클럽으로 간다. 제주도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지인도 이런 골프장이 있었어? 했을 정도인데 원래 개장하던 당시에는 (지금의 팜 코스) 9홀로만 시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몰랐을 수 있다. 지금은 리버/팜 코스의 18홀 정규 골프장이고, 나중에 추가된 리버 코스는 상대적으로 넓고 길게 조성되었다고 한다. 나야 안가본 골프장이라면 무조건 가자고 드는 코스 콜렉터이기도 하고, 이날은 원래 오후에 해비치에서의 라운드가 예정되었는데 전날 저녁에 제주도로 내려와서는 아침에 한번 더 운동하자 이런 의도로 여기를 잡았다. 주중에는 2인 플레이가 항상 가능하다고 하며, 주말에도 오전 일찍이라면 된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나 라커룸이나 소박했어도 낡은 실내가 깔끔하게 청소된 모습이 마치 지난주에 다녀온 일본 골프장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팜 코스로 시작하였는데 누가 설계했는지 밝히고 있지 않았으나 (구글링을 해보니 설립자 박찬수 대표의 설계라고 적힌 기사가 있었다) 애당초 이 지역이 열대식물을 재배하던 농원이었다고 한다. 원래의 팜 코스 9홀이 농원을 개량해서 만든 것일테고, 나중에 추가된 리버 코스는 이름처럼 강을 끼고 만들어진 모양이다. 야자수가 늘어선 이국적인 풍경이 우선 그럴싸해보였고, 해발고도가 얕은 저지대라서 비바람의 영향이 적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 골프장의 해저드에는 (한진그룹과의 분쟁으로 세간에 알려진) 유명한 백조 가족이 있다. 한진 소유의 목장에서 키우던 백조들 중에 몇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와서 자리잡고 산다는데 돌려달라는 요구에, 지들이 날아왔지 우리가 훔쳤냐 못 돌려준다 그런 분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코스들만 찾아다니다보면 아주 가끔씩 숨겨진 보석같은 골프장을 만나곤 하는데 (코스 자체 말고도 가성비나 직원의 친절함, 그늘집의 식음료, 심지어는 샤워실의 청결상태 등으로도 평가가 달라지긴 하지만) 샤인빌파크는 기대했던 이상이었다. 우선 코스가 들어선 지역이 이국적이었고, 쓸데없이 소나무만 잔뜩 심어놓는 식이 아니라 제대로 꾸민 열대지방 조경이었다. 전문 디자이너가 손대지 않아서인지 살짝 억지스러운 홀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참신한 레이아웃의 홀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파 4 홀들의 어프로치가 물을 넘어가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해놓는 것이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고, 파 4 홀들의 길이가 짧은 편이어서 나처럼 비거리가 시원찮은 이들에게는 딱이었다. 짧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나중에 만들어진) 리버 코스는 상대적으로 넓고 길었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버뮤다 잔디도 몇일전 태풍이 지나간 것을 고려해도 관리상태가 좋았다. 이만하면 괜찮은 골프장이다 싶은데 워낙 좋은 코스들이 많은 제주도라서 덜 알려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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