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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깝고 오래된 회원제 골프장들은 사실 안가본 곳은 없어도 여러번 가본 곳도 (레이크사이드 정도를 빼면) 별로 없다. 일단 부킹이 어렵고,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인데 회원이 아니라면 돈걱정 안하는 접대에나 이용될 것이다. 성남의 모란시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경충대로나 여수대로를 타고 조금만 가면 나오는 뉴서울 컨트리클럽도 그래서 나는 겨울철 비수기에나 몇번 가보았을 뿐이라 모처럼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간다.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조성된, 일종의 공립 (municipal) 골프장이지만 엄연한 회원제 36홀이며, 회원수 2천명 가까이에 특별회원이라는 것도 따로 있어서 특혜 시비가 잦았다. 이번에 우리는 어찌어찌 비는 티타임을 찾아서 제값을 치르고 가는데 문화코스가 배정되었다. 개장 당시에는 원래 북코스로 불렸던 지금의 문화코스 18홀은 임상하 씨의 처녀작이다. 참고로 남코스였던 지금의 예술코스는 장정원 씨가 설계했다는데 내 짧은 기억으로는 설계자와 개장시기가 달라도 오래전의 골프장들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문화코스가 살짝 더 넓고 길면서 평평한데 만들어진 이후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홀들 사이의 나무가 숲을 이룰 정도로 무성해졌다. 본래의 디자인과 상관없이 자연이 근사한 코스로 만들어준 것이라 기분은 좋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였고, 비도 조금 내렸으나 성수기에는 여기를 와본 기억이 없다. 공을 치기에 무난한 디자인이라도 거의 모든 홀에서 오르막 어프로치라서 힘들다. 그린은 작고 동그란 투그린 시스템인데 주변에서의 숏게임을 방해할 요소는 별로 없었다. 뻔하지만 크게 흠잡을 구석도 없는 골프장이었고, 누가 불러준다면 주저없이 가겠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장점 하나로 너무 비싸게 받는 관계로 내 돈을 내고는 가기 어렵다.
미국에서 돌아왔더니 주문해두었던 신형 드라이버가 와있어서 첫번째 라운드였다. 모처럼만에 연습장에 가서 비닐을 깠는데 새채의 효과인지 더 멀리, 똑바로 날아간다. 확실히 아마추어의 골프는 일단 멀리 쳐야한다. 코스 매니지먼트 어쩌고 하는 이론을 쫓아서 거리보다는 숏게임이니 말들을 하지만 우리가 레이업 아이언샷을 정교하게 해낼 리가 없고, 티샷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보다 웨지나 퍼터를 잘 다룰 리도 없으니 일단 롱게임을 멀리 그리고 똑바로 쳐내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