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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전라남도를 가는데 하루만 있기는 아쉬워서 토요일 오전 라운드를 하나 더 잡았다. 화순이라는 동네를 나는 잘 모르지만 네이버지도 등에서 보면 골프장이 (경기도 용인 수준으로) 널려있는 지역이던데 무등산 cc는 David Dale 설계의 27홀 골프장이며, 각각의 코스가 천왕봉/지왕봉/인왕봉으로 이름이 붙었다. 골프장의 이름이나 코스명이나 여기가 산악코스임을 말해주며, 평평함을 거부하는 설계자의 취향으로 보아도 만만한 코스는 아니겠거니 간다. 한동안 골프존카운티에서 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다시 원래 주인이 운영하는 퍼블릭. 참고로 코스의 명칭 세개가 무등산 정상을 이루는 삼봉 이름이라고 하며, 그야말로 天地人의 순서다.
도착하면서부터 오래된 골프장 느낌이 났는데 (실제로는 이제 십년이 조금 지났다고 한다) 체크인을 키오스크에서 직접 하면서 선결제를 요구한다 (남쪽 골프장들은 이렇게 선불이 많더라). 다 좋은데, 그다지 사용자 프렌들리하지 않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이런 식의 변화가 (고급을 지향하는 컨트리클럽이라면) 옳은 방향인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카카오 시스템을 쓴다 (캐디의 말로는 골프존카운티 시절이 좋았다고 함). 아무튼 우리가 치는 18홀은 천왕봉/지왕봉 코스의 조합이었고, 부킹을 담당한 지인의 말로는 이렇게 치는 편이 제일 좋았다고 (인왕봉은 어렵다고) 했다. 밤사이 살짝 비가 왔는데 물안개가 내린 골프장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왔고, 그린이 살짝 느린 것을 빼면 완벽한 라운드였다. 코스의 조경이나 잔디상태는 나무랄 곳이 없었는데 여름철 3부를 돌리면 상당히 나빠진다고 한다.
설계자의 성향대로 벙커가 많아서 잘쳤다 싶었어도 조금만 빗나가면 파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올해들어서는 내 골프가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잘칠 때도, 못치는 날도 있긴 하지만 어이없게 못쳤다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다. 기억에 남는 홀들을 꼽자면, 잘쳐서가 아니라 반대로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후반 지왕봉 1번이 생각난다. 파 5 홀에서 티샷이 중간의 해저드 바로 앞까지 잘 갔는데 거기서 왜 그린 근처까지 보내보겠다고 엉거주춤 내리막 라이에서 우드를 잡았는지 다시 생각해도 후회스럽다. 다른 홀로는 지왕봉 8번도 기억에 생생한데 어제의 포라이즌에서도 비슷하게 쳤던, 좌측 페어웨이로 가서는 거기서 90도 우측에 솟아있는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홀이었고, 이번에는 생각대로 공을 잘 올렸다. 나는 벙커샷이 자신있기 때문에 모래가 많은 것은 크게 두렵지 않지만 결국 벙커에 들어가면 잘 빠져나오더라도 보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서 안전한 플레이를 해야겠다. 근래 다녔던 골프장들 중에서도 조경 하나만큼은 손꼽을 무등산 cc, 광주 시내에서도 가까운 편이라 인기가 좋은 것이 이해되었는데 여름철에는 많이 망가진다고 들으니 안타까왔다. 이후 식사하고 귀경을 위해 광주송정역으로 가서 기다리면서 보니까 예전보다 골프채를 짊어진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