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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36홀 세인트포 골프리조트에서 예전에 세인트프레드 코스라고 불렸던 18홀이 Mare/Vita 코스가 된다. 제주도니까 송호 씨가 설계한 것과 상관없이 페어웨이 잔디는 다 양잔디인데 씨에로/보스코 코스는 벤트그라스, 그리고 이쪽 18홀에는 켄터키 블루그라스로 조성되었다. 아마도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는 관리의 어려움이 있어서 이렇게 만든 것으로 짐작하는데 잔디의 종류와는 상관없겠지만 원래부터 세인트프레드 코스는 좀 길고 어렵다고들 했다. 씨에로/보스코 코스를 예전에 돌아본 기억으로는 좀 많이 쉽다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의 KLPGA 대회는 어렵다는 마레/비타 코스에서 열렸다 (그래도 우승한 유해란 프로의 스코어는 23언더파). 언더파는 고사하고, 나는 하루에 23오버파는 안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왔는데 오래전 태왕사신기 세트장에 놀러왔다가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이 있었는데 거기가 여기였다.

추운 12월이어도 푸른 잔디를 보니까 좋았다. 바람이 심하지 않으면 기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아침이라 손발이 시려웠다.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스윙이 원활할 수가 없겠지만 그럭저럭 공을 맞추면서 쳤다. 문제는, 일요일 오전이긴 하지만 팀이 정말 많아서 성수기에 어디 용인의 골프장에 나선 느낌으로 밀렸는데 겨울철 제주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 뜻밖이었다. 티박스에서 앞의 팀이 나가길 기다리다보면 뒷팀이 어느새 와있곤 했는데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코스는 기대이상이었다. 페어웨이의 잔디가 아무리 봐도 벤트그라스인데 새로 심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관리상태가 상당한 수준. 경치로 말하자면 우리가 제주도 골프장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데 검은 현무암에서 야자수들, 저멀리 바다까지 다 완벽하다. 뭐니뭐니해도 세인트포의 상징이라면 바다를 따라 설치된 풍력발전기들인데 초록의 잔디 너머로 보이는 흰색의 바람개비들이 뭔가 집을 떠나왔다는 느낌을 준다. 어제의 에버리스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세인트포가 확실히 경치나 관리상태나 코스의 재미 모두 한수 위라고 본다. 쉬워보이면서도 적절한 위치에 해저드나 벙커를 만들어놓은 것, 빠르면서 본대로 잘 굴러주는 그린도 좋았다. 그래도 압권은 후반인 비타 6번에서 9번까지. 비타 6번에 다다르면 그늘집 아래로 6, 7, 8번 홀들이 커다란 호수를 가운데에 두고 펼쳐지는 장관이다. 호수를 크게 돌아가는 6번, 아일랜드 그린에 파 3인 7번, 그리고 숲속 깊숙히 그린이 들어앉은 형상의 8번까지가 세인트포의 시그너처 홀들이다.

귀가해서 뉴스를 보니 코로나 사태로 수도권의 방역단계가 연말까지 2.5단계로 상향되어 실내연습장이 다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코로나와 이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는 하고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다 생략하고, 개인적으로는 일껏 세워놓은 휴가계획이 사라져버리게 되었다. 코스에는 나가지 못하더라도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으려고 했었는데 그나마 실외는 막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할까, 유튜브나 보며 집에서 뒹굴거려야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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