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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롯데 스카이힐 36홀 중에서 대중제로 운영되어 그린피도 몇만원 저렴한 18홀 조합이 포레스트/힐 코스인데 이제는 챌린지 코스로 불린다. 대회가 열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쪽이 더 아름답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어제 운동한 스카이/오션 (토너먼트) 코스와 마찬가지로 역시 Robert Trent Jones 주니어의 설계인 코스이고, 나도 작년에 왔던 당시에 이쪽이 더 맘에 들었으나 후반에 내린 비로 막판 몇홀을 돌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좋은 날씨로 기대에 찬 라운드다. 어제의 캐디에게 오늘은 대중제에서 친다고 했더니 그쪽이 훨씬 더 어려워요, 고생 좀 하실 거예요 식의 대답을 했다. 챌린지라는 이름을 그래서 붙였겠지만 내 경험상 RTJ 코스는 다 어려운 법이다.

아무튼 가뭄이 계속되는 시기임에도 어제 내린 비로 코스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포레스트 코스로 시작했는데 1번부터 짧은 파 5인데 뭐가 어렵다는 거지? 했다. 블라인드 홀과 도그렉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고, 좀 짧지만 오르막이 있어서 그런 평이 나오나보다 싶은데 홀을 접어들수록 상상했던 이상으로 멋진 장면들이 펼쳐져서 비록 스코어가 별로였어도 내내 감탄하면서 쳤다. 그린이 아마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일 것이다. 한라산 브레이크니 뭐니 해도 나는 내가 본 경사를 믿고 퍼팅 스피드만 맞추자며 치는데 롯데스카이힐 제주의 챌린지 코스는 캐디의 조언을 절대적으로 믿어야하는 것이 정말로 본 반대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한편, 그린마다 한라산의 방향표지목이 있는데 너무 의식하다보면 실제보다 경사를 더 보게도 되어 더 어렵다. 흐려져가는 하늘이었어도 마지막 홀까지 좋은 날씨에 오히려 더워서 고생을 했다. 제주도에서 날씨의 변화가 가장 심한 지역이 이쪽인데 작년에 라운드를 중단했던, 좌측 90도 도그렉인 힐 7번부터의 경치가 압권이었다. 힐 7번과 이어지는 롱홀인 힐 8번의 어마어마한 경치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며, 상대적으로 포레스트 코스가 평범하므로 포레스트/힐의 순서가 좋을 것이다. 이날처럼 파란 하늘과 초록의 잔디는 이 골프장의 입지에서는 자주 만나기 어렵다고 캐디가 말했다. 제주도에 골프치러 가서 날씨가 내내 좋았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래서 이제는 두번의 라운드가 잡히면 한번만 가능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의 롯데스카이힐처럼 좋은 코스라면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나중에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드는데 사진빨 좋은 날에 방문한 것도 행운이다.

제주도는 여전히 우리처럼 골프치러 오는 이들로 가득했다. 단체로 오는 중년의 남자들이 대다수인데, 요즘 느끼는 것이 다들 눈과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어서 마치 나 이렇게 골프장도 다니는 사람이야 하는 표정이다. 골프가 대중화되기 이전인 십수년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한다하는 사람인 것처럼 허세와 날선 말투가 느껴져서 좀 웃기기도 하는데 특히 붐비는 라커나 샤워실에서 남을 배려하는 분을 별로 보지 못했다. 비단 제주도라서가 아니고, 회원제나 대중제나 비슷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던 현상이라 어쩌면 내가 꼰대가 되어가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기왕 즐거운 골프를 위해 나왔으니 서로서로 기분좋게 시간을 보내다 가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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