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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골프장 순위를 매기면 늘 빠지지 않는 곳이 제주도의 스카이힐 골프장이고, (스폰서를 많이 하는 롯데 소유라서 그렇겠지만) 여기서는 매년 KLPGA 대회도 수차례씩 열린다. 그간 기회가 닿지 않았을 뿐 부킹이 어려운 곳은 아닌데 세간의 평은 좀 어려워서 호불호가 있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것이, Robert Trent Jones 2세가 설계했고 Frank O'Dowd가 조형설계한,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RTJ 코스라 상벌이 확실한 어려운 코스일테고, O'Dowd가 관여하면 예쁜 풍광이 된다. 대회가 주로 열리는 스카이/오션의 18홀이 회원제인데 올해부터는 이쪽을 토너먼트 코스로 부르기 시작했고, 대중제 포레스트/힐 코스의 조합을 이제는 챌린지 코스로 명명하였다. 양쪽 코스가 가격에서 약간 차이가 나지만 다녀온 이들 중에는 대중제가 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RTJ 주니어가 우리나라에 만든 36홀 코스들인 오크밸리나 웰리힐리 등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챔피언십 코스보다는 리조트 코스가 대다수의 골퍼에게는 선호되는 법이지만 아무튼 무슨무슨 10대코스니 하는 (나는 저런 순위를 보면 좀 우습다)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코스가 바로 스카이/오션의 토너먼트 코스이다.
일박이일 일정이라 첫날은 회원제를 먼저 돌기로 했다. 작년에도 이 일정으로 왔었는데 대회가 보통 스카이/오션의 순서로 치뤄지기 때문에 이렇게 치는 것이 좋다. 스카이 1번의 티박스에 서면 저멀리 희미하게 바다가 보인다. 티샷을 마치고 페어웨이로 걸어가다가 그린을 내려다보면 비로소 오름 두개가 보이는데 산방산과 군산오름이라고 한다. 이 경치를 느끼려면 일단 첫번째 티샷이 잘 맞아야하는데 좌우로 나가버린 공을 찾으려고 허둥대다보면 놓칠 절경이다. 이후,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를 사각사각 밟으며 어려운 코스를 따라 전진하다보면 마침내 (tv에서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한) 마지막 홀인 오션 9번에 다다르고, 우리도 프로들처럼 호수를 넘겨 투온에 도전하느냐 좌측으로 레이업하려다가 자칫 벙커로 빠져 낭패를 겪느냐 고민하는 척 떠들다가 라운드를 마친다. 내내 건물이나 송전탑 등을 볼 수도 없어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고, 비와 안개로 고생했던 작년과 달리 화창한 날이어서 다시 사진도 많이 찍으며 제대로 코스를 즐겼다.
역시 RTJ 코스는 제주도에다 만들어도 비슷하게 어려웠는데 지금껏 제주도에서 경험한 어떤 골프장에 비해서도 그린에서의 착시가 (소위 한라산 브레이크라 불리는) 가장 심한 곳이었다. 어디서 본 느낌이면서 근사한 홀들의 연속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홀들을 꼽자면 계곡 너머의 그린으로 어프로치하는 스카이 3번과 4번, 호수를 넘겨 투온도 노려볼 수 있는 파 5 홀들인 스카이 6번과 9번이었다. RTJ 코스에서 종종 보는, 페어웨이가 좌우로 나뉘어져있는 롱홀 오션 6번도 어렵지만 재미있다. 경치만으로도 최고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카이 4번이었던가 그린에서 퍼팅을 마치고 다음 홀로 이동할 때 곶자왈의 숲을 지나게 길을 냈는데 소름돋게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가뭄이 지속되어 페어웨이 일부가 누렇게 변했고, 매일같이 붐비는 코스여서인지 좀 피곤한 티를 내내 내던 캐디, (미리 알고가긴 했지만) 제주도치고는 비쌌던 그린피만 좀 아쉬웠을 뿐 코스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매년 수차례씩 제주도에 오는데 대개 골프여행이기 때문에 보통은 렌트카를 하지만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이동루트가 뻔하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도 하는데 이번 경험으로 제주도 택시는 영 아니었다. 골프백 4개를 실으니까 점보택시의 경우에는 폭리가 일상이고, 가까운 거리는 콜택시 회사에 전화하건 호텔에 부탁하건 아니면 카카오티를 부르던 거의 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만원 더 내시면 갑니다 소리까지 하니 이래서는 제주도 택시가 좋은 소리를 들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