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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국립공원 안에다가 만들어놓은 골프장이라는데 덕유산 산자락의 꽤나 고지대에 (해발 900미터래나?) Arnold Palmer 설계로 만들어진 18홀 코스다. 처음 주인이었던 쌍방울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최초로 사계절 대규모 리조트로 조성하였고,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골프장은 무주 cc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는데 주인이 대한전선으로 바뀐 2005년에야 정식으로 개장했다고 한다. 지금의 주인인 부영건설이 골프장의 명칭을 덕유산 컨트리클럽으로 바꾸었는데 아무튼 무주구천동과 덕유산 국립공원에 인접한 코스임에는 변함이 없다. 산악 골프장이야 원래 우리나라에는 흔하니까 그런가보다 싶지만 역시 국립공원답게 경치가 서울 경기 지역의 산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짧으면서 도그렉 홀이 많아 나름 생각해가며 치는 코스라고 한다. 뭐,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좁아터진 산기슭에 어렵사리 18홀을 만들어놓고 애써 미화해보는, 그저그런 골프장 소개와 흡사하지만 막상 쳐보면 그런 수준은 아니고 좋은 골프장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시기는 10월 중순이었는데 생각보다 추워서 여기는 여름에 와야하나보다 싶었고, 이번에는 더위가 막 시작하는 (그래도 서울보다 기온이 10도는 더 낮은 느낌) 6월에 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꽤나 멀다. 예전에 김** 프로가 무주안성 cc (지금의 골프존카운티 무주)에서 연습하고 다니면서 "두시간이면 가요" 그랬었는데 막상 가보니 무주안성 cc는 고속도로에서 가깝지만 덕유산 cc는 국립공원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가야하니 한시간은 더 들어간다. 그러고보니 전에 누가 무주리조트는 회원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하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너무 멀어서 그렇다고 했다. 막히지 않아도 서울 강남에서 최소 세시간은 잡아야하니 하루 일정으로는 좀 아깝고 하루 자고올 생각을 해야겠다. 국립공원에 만들다보니 이런저런 규제가 많았을까? 이 골프장은 설계하고 토목공사가 먼저가 아니라 조경팀이 기존의 삼림과 자연을 어떻게하면 최대한 보존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고 한다. 워낙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돈을 많이씩 들이기 때문에 (조경에 신경을 좀 쓴) 다른 코스에 비해 더 빼어나게 아름답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덕유산 cc는 억지로 꾸며놓지 않고 꽤 괜찮은 곳이다.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아놀드 파머의 디자인이지만 입지가 입지니만큼 확실히 쉽지 않다. 거리는 짧아도 수목이 울창하여 티샷하는 위치에서 그린은 고사하고 페어웨이도 보이지 않는 홀이 많다 (물론 막상 공을 쳐놓고 가보면 페어웨이가 상당히 넓직해서 공을 잃어버릴 염려는 적다). 그냥 캐디의 말을 믿고 똑바로만 치면 된다고. 숲으로 인해 페어웨이나 그린에 그늘이 많이 지고, 그린의 착시도 심한 편이어서 캐디의 말을 믿어야 한다. 그나저나 울창한 숲에다가 간신히 페어웨이만 지나갈 정도로 길을 낸 식이기 때문에 그늘진 곳이 많아서 일반적인 핸드폰 카메라로는 실제의 비경을 담아내기가 힘들었다.
경치와 분위기에 취하기에는 전략을 고민해야하는 어려운 코스지만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홀들이 몇몇 있다. 세컨샷으로 (그린앞 해저드를 넘어) 오르막 180미터를 쳐야해서 도저히 투온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미들홀인 10번, 숲 사이로 거의 보이지도 않는 그린과 페어웨이로 티샷을 해야하는 17번과 18번은 첫날에는 헤맬 수밖에 없었으나 홀의 모양을 파악한 이틀째에는 나름 생각하고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다. 어려움에는 보기보다 경사가 심한 그린도 한 몫을 한다. 잔디의 상태도 좋았다. 다만 빼어나게 아름다왔냐고 한다면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 국립공원에다가 가능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조경이 살짝 거친 측면이 있다. 무성하게 뻗은 소나무 군락이 정돈되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느낌 그대로라서 한때 내가 살던 미국 뉴잉글랜드의 산악골프장 분위기였다. 깔끔하게 다듬어놓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이런 식의 (나쁘게 말해서 무질서한) 자연을 좋아할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만 내게는 아주 근사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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